자식사랑

가족상봉-첫면회

goldenfiber 2007. 2. 12. 00:14

 

자식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왕복 700키로....

 

자식을 떠나 보내고 난 다음 두달하고 닷세가 지난 시점에서

자식과 가족이 상봉하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 왔다

 

5주의 신병교육대 훈련을 마치고,

제1야수교에서 5주 일정중에 운전교육 4주째

다음 주이면 앞으로 2년간 근무할 자대인 36사단으로 떠난다

 

물론 예하부대 배치는 남았지만 마음조린 덕인지 그래도 강원도에서 후방이다

 

자식을 보러 가는 길은 늘 이렇게 날씨가 괘심치레하다

 

저녁내 피어 오른 안개는 강원도 홍천에 다 가기까지 걷힐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아침 9시부터 부모를 눈 빠지라고 기다리고 있을 자식을 생각한다면 지체할 여유가 없다

270여 키로의 길을 단숨에 달려야 한다

영동 고속도로에 채 접어 들기도 전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몇시쯤 도착해요?'

아마도 가족들이 면회를 온다고 하니까 조바심이 생겨 자리에 있질 못하나 보다

 

부대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4시간동안 정신없이 달렸왔지만 11시가 잠깐 넘었다

면회를 신청하고 초초한 10여분을 기다렸을까

여전히 강원도 겨울바람은 차다

 

이윽고 의젓한 군인이 한사람 나타난다

작대기 하나를 달고 육군 이병이....

 

'아빠!' 낯 익은 얼굴이다

'아들! 고생 많았지? 아픈덴 없구?'

 

면회소에서 만난 집사람은

'아들 고생했지?' 하면서 말 한 마디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한참을 자식을 껴안고 등을 다독거리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모정이고, 부모와 자식간 흐르는 정인가

자식과 상봉, 감격의 눈물이다

한참을 부대 떠날 생각을 잊은 것 같다

 

면회소에서 외박 절차가 남았다

신분증을 맡기고 자식을 데리고 나오는 심정은 구치소에서 자식을 찾아오는 기분이다

 

 

 우리가 머믄 패션 입구에서 함께...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 펜션에서)

 

 (입고 나온 옷은 빨아서 걸어 놓고 입대하던 날 입었던 옷을 다시 입혀 놓았다)

 

 

일단 홍천읍내로 나와 아들이 가장 먹고 싶다는 돼지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그 삼겹살집은 아들과 같이 교육 받으며 지내는 동기도 가족과 함게 벌써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고 있었다

 

불과 두어달 가량의 시간이 자식의 먹는 식성까지 바꾸게 한 모양이다

모처럼 삽겹을 먹은 큰 놈은 효과(?)가 나는지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그리고 미리 예약한 홍천읍 근방의 팬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들 친구 성경과 작은 놈)

 

 

읍내에서 15분 남짓 걸리는 팬션은 대체로 깨끗한 편이었으나

이 시절보다는 여름이었으면 덧 없을 장소였다

앞에는 계곡 물이 흐르고 뒤에는 소나무 숲이 자리 잡고 있어 피서는 제격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자식을 위해서 따뜻한 밥 한그릇이라도 먹여야 한다며 벼르던 집사람은

삼계탕과 킹크랩, 오리구이를 준비 했었다

여장을 풀고 잠시 쉰 우리는 같이 동행한 둘째와 아들의 친구와 함께 집사람만 제외하고

 단체로 목욕탕을 찾았다

그동안 두어달 동안 시원스런 목욕을 한번 제대로 못해본 큰 놈이 제일 가고픈 곳이었나 보다

 

읍소재지라서 그런지 목욕탕 찾기도 힘들거니와 찾아 간 목욕탕은 말그대로 시골 냄새가 물신 풍기는

지하에 자리 잡은 작고 음침한 곳이었다

그러나 어쩌라 갈 곳이 없는 것을...

 

자식과 벌거벗고 목욕 한지도 오래 된 것 같다

 

목욕이 끝난후  저희들끼리 pc 방을 들러 돌아 가겠다고 잠시 숙소에 가 있으란다

아마도 그동안 못했던 게임의 한을 외박을 통해서 회포를 풀려나 보다

 

6시에 헤어진 자식은 어두어진 9시에서야 데리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저녁을 삼계탕으로 하고 밤늦게 킹 크랩으로 밤참하려는 집사람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10시 쯤에서야 저녁겸 밤참을 같이 해결해야만 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을 위해 정리해야만 했다

 

다시 헤어져야할 날이 밝았다

잠에서 깨어난 큰 놈이 우리 방으로 건너와

감격의 눈물인지, 이별의 눈물인지, 지 부모가 고생한다고 하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여

잠시 우리 방은 침울한 분위기로 만들어 버린다

 

집사람도 연신 눈물을 훔치기 시작하고,

속내를 드러내기 싫은 이 촌놈은 괜스래 화장실만 왔다 갔다 한다

'고생하는 부모를 보니 맘이 아프단'다.

 

 

귀대할 시간이 다가온다

사무실에서는 내일 터질 인사의 산통이 막판을 이루는지 헨드폰은 계속해서 울어댄다

맘은 급하지만 큰 놈은 느긋하다

아마도 오후 5시까지 귀대하라고 했으니 최대한 시간을 늦춰 들어 갈 생각인가 보다

 

4시 반쯤 부대 앞에서 이별식이 있었다

부모와 번갈아 껴안고 눈시울을 적신 아들은 부대 안으로 씩씩하게 걸어 간다.

새로이 102보충대 모습이 현장에서 재현 된다

 

이렇게 3.10~3.11일 동안 1박 2일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앞으로 자대배치가 끝나고 30일 후 100일 휴가에 자식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