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에 계신 어머니 전상서
어버이 날에 바치는 어머니 전상서
어머니!
이게 얼마 만에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입니까?
다음주 15일이 어머니 제일이니까 어머니가 막내아들 곁을 떠난 지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군요
3년 전 이맘때
어머니는 막내아들인 제 모습을 채 보시지도 않고 눈을 감고 떠나 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형의 전화를 받고 직장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외치고 외치며 달려갔지만 창백한 어머니의 얼굴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종종 지사리를 가는 날 어머니 옆에 앉아 봅니다만 이제는 어머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더군요
이것이 이승과 저승이 다른 가 봅니다
어머니!
어제는 카네이션 한송이를 사들고 에미와 함께 병원에 누워 계신 아버지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엊그제 어머니의 손주 범석이가 군 입대후 첫 휴가를 나와 인사차 범석에미가 범석이 데리고 지사리를 갔을 때만해도 전 날 짜투리 땅에 깨 좀 심어 본다고 일 한 것이 허리만 아프시다는 말만 전해 들었었는데 아버지가 지난 주 토요일 화장실에 가시다 그만 넘어져 허리가 다시 다쳐 불가피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일하지 마시라고 말려도 93세의 노구는 평생 살아 온 습관을 버릴 수 없는가 봅니다
시내에 있는 노인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집만큼이나 같겠습니까?
앞문을 열면 앞산과 논다랭이가 보이고, 뒷문을 열면 어머니가 누워 계신 서당봉 끝 자락이 보이는 우리 집인 것을 ...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 계셔서 그런지 얼굴이 다소 숙척하고 아버지의 모습이 전에 같지 않아 많이 속상했습니다
당신의 증상은 전혀 고려치 않고 아버지는
‘누워 있어도 내집에 누워 있어야 한다. 며칠 있다가 집에 가야 겠다’
하시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아마 아버지도 노구의 몸이었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가 호시절이었나 봅니다
어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 목 놓아 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90평생 인생의 동반자로 잘 살아 오셨던 아버지와 어머니였는데 한 분이 먼저 가신다는 것은 불행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어느 효자가 마누라를 대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오늘이 어버이 날이군요
오늘따라 어머니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은 이제 막내도 나이가 먹어감인지 모름니다
당신이 살아 계실 때 지사리 집에 가면 거북이 등을 하고 계신 시커먼 손으로 막내아들 손과 얼굴을 감싸안으며 등을 또닥 또닥하시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비록 이것 저것 집안 일로 거칠어 질대로 거칠어져 짚북대기 같은 손이지만 어머니의 그 손이 저에겐 용기였고 삶의 희망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훈짐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세상 떠나기 1년전 치매로 이미 입을 다문 이후 다시는 시원스런 말다운 애기 하나 하시지 못하고 떠났을 때 얼마나 답답하셨습니까?
살아실제 효를 다하라는 옛 선인들의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때 늦은 후회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어머님의 침묵
지금부터 70 여년 전
종가집 맏며느리로 들어와
7남매 시동생, 시누이 남혼여가 시키고
8남매 자랑삼아 키우시던 어머니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는 그 성격 때문에
바른 말 잘하기로 이름나
여섯 며느리로부터 후한 점수 한번 못 받던 어머님이
이제는 포기하려는지
굳게 입을 다무셨습니다
사람이 오는지 가는지
알면서도 이제서야 마음속에 꼭 담아 두시런지
멍한 촛점 잃은 눈망울
기력 잃은 입가에 깊은 시름만 가득한 채
침묵의 시간 지키고 계신 어머님
가끔 정신이 돌아올 즈음이면
막내아들 손 꼭 잡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
지나온 90평생 만큼이나
골골히 패인 깊숙한 주름계곡
자식새끼 기르며 깊이 담아온 소설같은 사연들
할 말도 전할 말도 많은 법한데
시름 시름 앓던 노환(老患)의 여파인지
입심좋은 당신의 모습
이제는 볼 수가 없습니다
- 2003. 5월 치매증세로 세상을 놓아버린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
어머니가 계신 그 곳은 편안하시죠?
평생 고생하셨던 편두통,
일찍히 이가 다 빠져 버렸던 합죽이 어머니,
그리고 노년에는 그 놈의 관절염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어머니가 상상도 못하는 노년에 찾아 온 치매로 세상을 놓아 버렸습니다
이제 이런 저런 생각 다 접어 두고 맘 편히 계시기 바랍니다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8남매 그리고 손주들 모두들 잘 살고 있으니 어머니 몸이나 돌보면서 편안히 쉬시기 바랍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이천 칠년, 오월 어버이 날에
막내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