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지금

마지막 연(緣)의 끈을 놓고...

goldenfiber 2007. 6. 2. 18:44

 

자식으로서 연(緣)

애비로서 연

할애비로서 연

형제 자매로서 연

조카로서 연

 

그간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이 세상과 연(緣)의 끈을 놓고 아버지는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그리도 질긴 연의 끈을 놓지 못해 힘들었던 아흔 셋의  세월

한번 닫힌 입을 다시 열 기력도 챙기지 못하던 아버지는  

한 세기를 살았던 수많은 날을 뒤로 하고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그 놈의 연의 끈을 기여히 놓고 말았습니다.

 

 

 

그놈의 연의 끈을 놓지 못해

그 동안의 세월이 그리도 힘들었나 봅니다

 

3년 전 평생의 반려자였던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1천1백 7일의 세월을 마음 아파하더니만

 

인생이 가기로 하면 이렇게 허무하게 아무 힘없이 가는 것을

세월을 거역하듯 힘겹게 견디어 오던

아흔 셋의 해가 바뀌고

 

한달 전 요통으로 병원에 나온 뒤

당신의 평생 땀과 혼이 깃든 지사리 집을 다시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3년 전 먼저 떠난 어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년 전 서당봉에 당신의 맘에 맞게 잘 꾸며 놓은

당신이 영원히 잠들 음택(陰宅)으로

편안히 영면하셨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병상에 누워 그렇게도 집에 가야겠다는 당신의 염원이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었건만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기여히 다시는 돌아 오질 못할 다리를 건너도록 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생에는

일본의 강점기가 있었고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가 있었으며

4.19와 5.16등 근대 한국사가 같이했습니다

 

아버지의 떠남은 이제 단순히

아버지와 자식간 연의 끈만 끊어 놓은게 아니라

 

자식에게는

내 고향 지사리를 찾아 가는 낙,

찾아가는 이유의 끈마저도

끊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