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어머니의 침묵(7)

goldenfiber 2008. 4. 24. 12:36

 

어머니의 침묵



70 여년 전

장손집 맏며느리로 들어와

7남매 시동생, 시누이 남혼여가

8남매 자랑삼아 키우셨습니다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바른 말 잘하기로 이름나

여섯 며느리로부터

후한 점수 한번 못 받던 어머님

이제는 포기하려는지

굳게 입을 다무셨습니다


사람이 오는지 가는지

이제 서야 마음속에

꼭 담아 두시런지

초점 잃은 멍한 눈망울


기력 잃은 입가에

깊은 시름만 가득한 채

침묵의 시간 지키고


가끔 정신이 돌아올 즈음

막내아들 손 꼭 잡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 주체 못합니다


지나온 90 평생만큼이나

골골이 패인 깊숙한 주름계곡

자식새끼 기르며 깊이 담아온

천엽(千葉)같은 사연들


할 말도

전할 말도 많을 법한데

시름시름 앓던 노환(老患)의 여파인지

입심 좋은 당신의 모습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200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