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堂峰 문학활동

안면도 꽃박람회외 4(한국문학세상 인물포커스)

goldenfiber 2009. 9. 14. 08:47

1. 안면도 꽃박람회


검은 기름띠가 뒤 덮을 때

우리는 희망도 용기도 없었다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

조상대대로 일구어 온 터전

검게 물들이고

생물이라고는 아무 것도

버티기 힘들었던 태안


구름처럼 몰려온 자원봉사자

한 뼘씩, 한 평씩 검은 장막이 걷어내자

거기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꽃도 웃고, 사람들도 웃고

식물도, 인간도 모두

얼굴에 웃음 가득


빨간 장미 선을 긋고

노란 튤립 행진을 하면

꽃지 해수욕장 바람들이

유채꽃과 함께 춤을 춘다.


다시는 검은 재앙이 오지 않는 세상

갈매기와 물고기가

마음대로 떠 노는 바다


그런 희망을 염원하며

꽃땅(花地)에 무지개를 우린 띄운다.

 

 

 

2. 올 장마



오지게 더운 사무실

선풍기는 고개를 절래 절래

뜨거운 숨만 연신 품어대며

되게 더위를 참지 못하나 보다


올 장마는 대중이 없다니

대충 여름을 나야 할까 보다


더우면 여름이고

찬 바람일면 가을이라


기상대도 포기 해버린

장마 예보

그동안 대충 때려잡았는데

도대체 뭐가 맞아야지 해 먹지


앞으로는 

비오는 것만 예보 한다니까

확률 50%


장마 잘못 예보했다고

야단맞을 일 없어서 누군 좋겠어


다들 이제

신세 생각해서 각자 알아서 해야지

어쩔거요 

 

 

 

 

3. 칼국수 먹는 날



오늘은 칼 국수 먹는 날


갓 베어 온 생풀,

강냉이대 모아

우선 마당에 봉화를 올리고

매캐한 고추냄새 제법 나는

호밀대로 엮은 멍석 쩍 펴

식구들이 옹기종기


뒷마루에서는 밀가루 반죽이 한창

형들과 다듬돌 방망이 들고 달려들어

얕고 넓게 늘리기 시합을 한판 벌린다.


어머니는 넓게 펴진 반죽에

밀가루 한줌 휘 풀어 고루 분칠한 후

둘둘말아 칼질을 연신해 대는데


뒤뜰에 걸린 헛솥

거친 숨 몰아 쉴 때

생 칼국수는 미끌어 지듯

끓는 물에 몸을 던지다


국자로 휘 저어

한 양푼씩 차지가 되는 날

그날은 우리식구가 배불리 먹는 날이다


저녁 먹기가 어설픈 날

최고집 바지락 칼국수 집을 찾는다


노란색, 하얀색, 파란색 색동옷 입은

칼 국수를 거침없이 빨아 올리다

잠시 그 옛날

칼국수 먹는 날을 생각 한다.


어찌 그 때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4. 적벽강(赤壁江)


억겁의 파도세례 받으며 지켜온 땅

피멍들어 울긋불긋 주상절리 꽃피우고

오른쪽 깃 세워 검게 먹진 병풍자락


골골히 패인 주름바위

몽돌과 바닷물 채우며

서해의 거센 물보라와 동거


바다 깊숙이 발 담그고

고슴도치(蝟島) 눈 앞 바라보며

굶주린 배 움켜준 사자바위

털 세워 서해 향해 포효


검게 그을린 암벽과

좌우로 붉은 벽 드리우고

중국 대륙 건너온 황사며

먼 바다 일은 거친 서해 파도

한 입에 받아 마시며

나약한 인간 위해 버티고 서 있다.

 

 

5. 통일 전망대


한 발 띠면 북녘 땅

한 발짝 건너면 남한 땅

가시돗친 담 쌓아두고

지척에 총 겨누니

이 지구상에 우리 말고 그 어디 있을까


낙타봉이 바로 저긴데

송도가 손 안에

언제나 자유롭게 오 갈 수 있을까

언제쯤 부모형제 찾아 뵐 수 있을까

언제나 해금강 앞바다에 뛰어 놀 수 있을까


숨통 가로 막힌 60년

새로 낸 육로와 철로는

남북을 가로 질러  

오늘도 오 갈 손님 기다리며

헛 힘만 쓰고 있다


갈매기라면 좋겠다

노루라면 좋겠다

바닷물이라면 좋겠다

바람이라면 좋겠다

차라리 민들레 홀씨라면 좋겠다


동해의 소라 빛 물

하염없이 하이타이 풀어

모래사장 씻고 또 씻고

갈라지고 찢긴 우리네 마음

위안이라도 하듯

하얀 물보라로 자꾸자꾸

우리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