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도술의 극치 '전우치'

goldenfiber 2010. 1. 3. 12:33

 

'타짜'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우치'는 시공을 초월하는 도술이 판치는 세상이다

아마도 어지러운 세상, 도술로 한번 시원하게 이 세상을 평정하고 픈 작자의 바램이었을까

500년을 왔다 갔다하는 황당하기는 하지만 관객들에겐 웃음과 통쾌함, 긴장감을 주고 남음이 있다

 

본디 '전우치전'은 조선시대 때 실재인물인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한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로,

허균의 「홍길동전」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국고전영웅소설. 전우치라는 인물의 생애를 소재로 쓴 전기체 소설로, 내용상 영웅소설,

도술소설, 사회소설 등으로 분류된다.

실재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쓴 소설이긴 하나 그의 도술 행각을 그린 내용은 다분히 비현실적이어서

작자는 아마도 당시의 부패한 정치와 당쟁을 풍자하여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 같다  

주인공 전우치에 관한 기록은 조선시대의 사서(史書)인 <조야집요> <대동야승> <어우야담> <지봉유설>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다.

소설에 의하면, 조선 초 송경(송도)의 숭인문 안에 전우치라는 비범한 도술능력을 가진 선비가 있었다.

그는 재주를 숨기고 살아가다 욕심 많은 벼슬아치들의 횡포와 가난한 백성들의 비참함을 목격한 뒤,

자신의 도술을 사용해 부패한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억울하고 백성들을 도와주는 등 의협심을 발휘한다.

또한 뒤늦게 조정에 들어 가 선전관이 된 전우치는 자기를 얕보는 사람은 도술로써 골려주고,

함경도 가달산 도적의 괴수 엄준을 잡아와 왕으로부터 치하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호지방의 역모자들을 잡아다가 문초하는 과정에서 전우치를 시기하는 간신들이 그들을 매수하여 전우치의 음모라고

왕에게 거짓을 고하자 왕은 전우치를 극형에 처하라고 명을 내리고,

죽음의 문턱에 있던 전우치는 왕앞에서 그린 그림의 말을 타고 도술을 부려 도망가 버린다

전우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족자 속의 미인들을 불러 술과 안주를 가져 오게 하는 등 도술을 자유자재로 부리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를 최동훈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500년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천상과부 서인경(임수정)에 반해 그를 구한다는 구실로 서인경을 데려오고, 이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신선들에 의해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요괴 잡는 도사도 어느덧 전설이 된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요괴가 인간사회에 숨어 들어 의사(선우선)가 되는 가하면, 정치세계에도 파고 들어 부정을 일삼는다.

이제는 신부(김상호), 중(송영창), 점쟁이(주진모)로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심 끝에 신선들은 박물관 전시품이 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마지 못해 요괴 사냥에 나선 전우치.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인 채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쁘고,

한 술 더 떠 과거 500년 전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서인경(임수정)을 만나 사랑놀음까지 시작한다.

전우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신선들 앞에 때마침 화담이 나타나지만,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하는데

요괴를 물리칠  도사로 믿었던 화담이 요괴인 것을 나중에 안 세 신선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청동검을 손에 쥔 전우치

'만파식적'을 두고 서울 가지와와 영화 세트장을 돌며 전우치와 화담의 도술을 이용한 혈투가 벌어진다

결국 게임은 끝나고 전우치(강동원)와 초랭이(유해진), 서인경(임수정)이 꿈꾸던 바다에 나가며 막이 내린다

 

 

그러나 영화 '전우치' 몇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타짜',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탁월한 캐릭터 창출능력을 보여주었던 최동훈 감독의 장기가 '전우치'에서 다시 한번 발휘된다.

고전영웅소설 속 인물들을 흥미롭게 재해석한 캐릭터 전우치와 화담을 필두로, 서인경, 초랭이, 천관대사, 여배우, 신선들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요괴들까지, 모두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다.

영웅이지만 천방지축악동인 ‘전우치’는, 수퍼히어로 캐릭터의 전형에서 비껴나가 있어 매력적이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헐리웃 영웅들에 반해, 전우치는 자신의 도술실력을 널리 알리고 뽐내고 싶어한다.

자유롭고 솔직하다 못해 뻔뻔하기 그지 없을 때도 많으며, 술과 풍류를 즐기고 여자를 좋아해 바람둥이 기질까지 있다.

봉인에서 풀어주겠단 말에 마지못해 요괴 잡는 임무를 맡았을 정도로, 대의명분 따윈 관심도 없다.

전우치의 라이벌 ‘화담’은, 소설 「전우치전」에 등장하는 서화담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소설에선 전우치의 동료이자 스승이었으나, 영화에선 숙명의 라이벌이다. 이름 외 연관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철저히 재창조된 캐릭터.

화담 역시 전형적 악인에서 벗어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으로,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과 빈둥거리면서도 도술실력이 뛰어난 전우치 때문에

내재된 악을 드러내고 변모해간다.

 

여주인공 ‘서인경(임수정)’은,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는 수퍼히어로의 연인들처럼 청순한 외모를 지녔지만,

도발적인 끼와 욕망을 감추고 있는 것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음 속으로 배우를 꿈꾸며 여배우의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는 설정도 흥미롭다.

전우치의 친구 ‘초랭이’는 개인간이란 기발한 발상이 눈길을 끈다.

‘전우치가 데리고 다니는 개’란 설정과 평소에는 말로 사용하면서도 티격태격하지만 절친한 친구 사이 전우치-초랭이 관계가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유해진만이 가능한 능청스런 연기와 특유의 말투는 전우치의 맛을 더 가한다

전우치의 스승 ‘천관대사’는 전우치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로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고,

톱스타 ‘여배우(염정아)’는 백치미, 발 연기, 푼수 등의 코믹요소를 동반해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인 ‘세 신선’은, 요괴를 봉인하는 임무를 지녔지만 정작 요괴를 잡지 못하는 허술함이 재미있다.

중, 무당, 신부의 모습으로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는 신선들과,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인간요괴’ 의 설정도 흥미롭다.

그야말로 개성 넘치고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 할만하며, 이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라이벌구도, 러브라인, 친구사이 등,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서 액션, 드라마, 멜로, 코미디 등의 풍부한 드라마적 요소가 이끌어져 나오기 때문.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매력과 이것이 만들어내는 탄탄한 스토리를 동반한 웰메이드 캐릭터무비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백윤식, 유해진, 염정아 등 뛰어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전우치'

한국 최고의 무술감독 정두홍의 액션과 '괴물','놈놈놈'등을 CG한 국내 최고의 CG업체인 에이지 윅스가 참가한 '전우치'

그만큼 관객들의 기대감은 컷을 것이다

도술이라는 것이 본디 황당한 것이지만, 보는 시간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순간 순간들, 

그러나 정작 영화가 끝나는 순간 도대체 줄거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놈놈놈'에서 느꼈던 감과 결코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전우치'를 보다보면 최동훈 감독이 과거 '타짜'식구들을 다 불러 모아 다시 영화를 만든 것 같이 보인다

김윤석, 유해진, 백윤식, 김상호, 주진모, 권태원 등 '타짜'식구들이  주요 역할을 맡아 활약을 하고

다만 김혜수 대신 임수정이 들어 가고,  '고니' 조승우가 '전우치' 강동원으로만 바뀐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2009년 년말과 2010년 년초를 겨냥한 개봉이 성공 비결이었을까

아님, 순간의 통쾌함과 쾌락을 통해 어려운 경제난을 이겨보려는 관객들의 대리 만족이었을까  

여하튼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