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베이비붐 세대의 몰락

goldenfiber 2010. 6. 29. 13:33

 

베이비붐 세대의 몰락

김철모/시인


 지금부터 40여년 전, 뜨거운 6월의 열기 속에서 턱까지 차오르는 지열을 감내하며 보리를 베던 필자는 면사무소에서 울린 현충일 싸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집은 꼭 쉬는 날이면 보리를 베곤 하였다

다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1970년대 초,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어려움 생을 살아 온 부모와 함께 저 소득과 급증한 식구들로 인하여 빈곤 속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어릴 적 바로 앞선 세대와 빈곤을 같이 맛보고 커가면서 경제의 성장과 풍요를 함께 누리고 살아 왔던 세대가 바로 베이비붐 세대이다

 베이비붐세대란 전쟁으로 인하여 떨어져 있던 부부들이 전쟁이 끝나자 다시 만나고, 그동안 미뤄졌던 젊은이들의 결혼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2차대전 직후인 1945년에서 196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25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어릴 적 자치기와 구슬치기, 구수한 옥수수 빵과 까까머리, 교복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고 서슬 퍼런 유신시대에 청소년기와 고교 평준화와 대학학력고사를 거쳤으며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의 고통도 같이 나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의 기쁨을 누렸는가 하면, IT발전으로 정보화 혜택도 가장 많이 누린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이기도 하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713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의 큰 축으로 많은 역할을 했던 그들, 그러나 근간에 와서 사오정, 오륙도, 조기퇴직 등의 단어에 밀리어 그 화려했던 꽃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아니 떨어진다는 표현보다는 강제로 그 꽃을 접게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한때 ‘산업역군‘으로써 우리나라를 걸머졌던 이들이지만 기업과 공공부문에서부터 불어 온 배출 강풍은 막지는 못하고 있다. 55년생이면 집 나이로 쉰여섯, 아직은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이고 아이들도 한참 학업과 취직을 해야 할 나이지만 베이비붐 세대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2선으로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특별한 경우를 빼고 5년에서 13년이면 다 물러나야 할 베이비 붐 세대, 그들의 몰락은 퇴역장군의 빛바랜 훈장처럼 이름값이 퇴색되고 말았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문제거니와 아이들의 뒷바라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난 앞으로 살아나갈 30년 이상의 세월을 자식한테 신세지지 않고 뭘 먹고 살 것인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자연의 이치라는 세대교체는 전쟁 후 급증했던 이들의 시대도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석양처럼 저물어 가고 있다

 

2010년 6월 29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