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그리운 어머니께

goldenfiber 2010. 9. 20. 13:34

그리운 어머니께

김철모 / 전라북도 예산과장


어머니! 이게 얼마 만에 불러 보는 이름 입니까? 마음만 있을 뿐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우리 곁을 떠난 지 6년의 세월이 훌쩍 떠나갔습니다. 이제는 서당봉의 바람소리와 새 소리에 익숙해 졌는지요.

어머니 떠난 지 3년 만에 아버지도 길 따라 나서고 보니 이제 고향, 지사리에 갈 거리가 없어져 버린 듯 합니다.

어머니의 손 떼가 묻지 않은 곳이 없는 지사리 집, 아무 때나 달려가 거북등 같은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들어섰던 집인데

이제는 빨간 대문에 큼직한 자물통이 입을 다물고 저를 생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며 거부하고 있답니다.

 

마흔 세 살에 본 막내아들이 이제 지천명이 넘었으니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나봅니다.

어릴 적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으실 때 어린 마음에 돌아가시면 어쩌나 어머니 치마를 잡고 얼마나 울었던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흔이 다 되는 나이까지 어머니와 아버지 두분이서 지사리를 지키고 계시며

명절이면 자식들 각자의 생존의 터로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오면 눈시울이 붉어 졌던 수많은 세월들,

그래도 두 분은 단촐한 원앙이었습니다.

불행히 어머니가 먼저 치매로 몸져 누었다가 1년만에 세상을 떠나 가셨을 때

아버지는 평생의 당신 짝을 잃어버린 슬픔에 땅을 치고 통곡을 하였지요.

그래서 치상을 치룬 뒤 어머니 잠자리 옆에 늘 의자를 하나 놓고 앉아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어머니! 지금은 비록 같은 서당봉에서 몇 발짝 떨어져 같이 누워 계시지만 그 젊은 날 밭 메러 수없이 다닌 서당봉 길

되 집어 걸어 가 아버지와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 선선해진 기운타고 아침저녁으로 많이많이 나누세요.

 

그리고 어머니! 늘 걱정 많았던 이 막내아들도 이제 쉰이 넘고 제자리 잡고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앞으로 저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아 온 단란한 모습처럼 닮은 삶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난히 더워도 올 여름, 들판은 벌써 서서히 황금 색칠을 시작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백로가 지난 시간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떠난 지 여섯 번째 추석을 맞다보니 어머니가 더욱 그립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2010년 9월 20일자    "새전북 신문" 17면    '고향에서 띄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