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변산 마실길

goldenfiber 2011. 5. 3. 19:26

 

2011년 5월 3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변산 마실길

김철모/시인


요즘 걷는 것이 트랜드다. 한때 제주 올레길이 인기가 치솟다가 지리산 둘레길이 요즘은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겨울잠을 깬 나무와 풀들이 입을 내밀고 있는 지금 그 곳에 가면 푸른 희망과 세태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우리 육신을 말끔히 청소할 계기가 될 것이다. ‘마실’은 마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본디 전라도에서는 ‘이웃 마을에 다녀온다’는 말로 농한기인 겨울철에나 또는 여름날 저녁밥 먹고 이웃집에 다녀올 때 주로 쓰는 말이었다.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 마실은 사랑방과 함께 이웃과 통하고 이웃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나라님에 대한 소식에서부터 이웃동네 혼사소식과 소문, 농사정보도 나누는 1석3조의 소통수단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엄청난 문명의 흐름속에서 우리 모두는 빨리 빨리 습관에 익숙해 있다. 자동차와 비행기, 배가 지구촌 어디든 우리를 손쉽게 옮겨 놓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TV와 라디오, 신문을 통해서 국내는 물론 나아가 일본 대지진소식 등 세계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대가 세계 어디에 있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마음껏 문자로 대화도 가능해졌다. 이런 세태의 흐름에 반기를 들고 급행 시대에서 잊고 지내던 세월의 흔적과 역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발견하는 작업이 바로 인간성 회복과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걷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북도가 시대의 흐름을 받아 추진한 사업이 마실길 사업이다. 이런 점에서 변산 마실길은 필자가 걸어 본 바로 제주의 올레길과 지리산의 둘레길을 합쳐 놓은 합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제주가 바다와 섬을 볼 수 있다면 변산은 바다와 거대한 뭍을 볼 수 있고, 지리산 둘레길이 웅장한 산과 평화로운 농촌을 볼 수 있다면 변산 마실길은 작은 산과 풍광 좋은 어촌 그리고 서해바다의 속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변산 마실길은 총 66키로로 새만금 방조제에서 시작하여 변산 해수욕장과 송포 포구, 고사포해수욕장을 거쳐 하섬 전망대, 적벽강, 격포 해수욕장까지 18키로로 1구간을 형성하고, 다시 격포항에서 출발하여 이순신 촬영세트장, 상록해수욕장을 거쳐 솔섬, 모항해수욕장까지 14키로의 2구간을 이루고 있다. 이어서 3구간은 모항해수욕장에서 마동 방조제길, 작당, 왕포, 곰소 젓갈단지를 거쳐 비린내 물씬나는 곰소항까지 23키로이고, 마지막 4구간은 곰소항에서 곰소염전과 청자전시관을 거쳐 유천리도요지, 람사드갯벌 습지를 지나 줄포 자연생태공원까지 11키로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서해안경비 그늘에 가려 꼭꼭 감춰두었던 서해안이 속살을 드러내는 변산마실길을 건강도 챙기고 자연과 한몸이 되어 한번쯤 걸어 봐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