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뒤바뀐 인생

goldenfiber 2011. 5. 25. 13:32

 

 

2011년 5월 25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뒤 바뀐 인생

김철모 / 시인


산야의 연두가 초록으로 그 색을 더하고 있다. 엊그제 보성 녹차 밭을 찾은 필자는 대자연의 섭리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말았다. 비록 인위적으로 조성된 녹차 밭이었지만 고랑 고랑 대지의 힘을 빌어 뽑아 올린 연두색의 향연은 중국제 황사바람에 찌든 인간의 굴레를 말끔히 걷어 버리고 남음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녹차 밭의 절반은 지난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지 못하고 누런 옷을 기워 입고 5월의 녹차 빛을 시샘하며 드러누워 있어 자연의 뒤 바뀐 생과 사를 표현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다.

 요즈음 인기 드라마가 뒤바뀐 인생을 다루며 극적인 효과를 최대한 누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조선조 친구간에 뒤 바뀐 인생을 다루는 월화드라마 ‘짝패’가 그렇고, 잃어버린 딸을 찾으므로써 인생역전을 다룬 주중드라마 ‘웃어라 동해야’가 그렇고, ‘반짝 반짝 빛나는’이란 드라마가 또한 뒤 바뀐 인생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 ‘짝패’의 경우 양반의 성 재물이 된 막순이(윤유선 분)이가 지방으로 도망쳐 나와 또 다른 양반집 유모로 들어가면서 두 아이를 바꿔 자신이 낳은 자식 귀동이(이상윤 분)를 양반의 자식으로 키우고, 정작 양반의 자식인 천둥이(천정명 분)는 천민 편모의 자식으로 키워져 거지로 살게하는 등 천륜을 거부하고 말았다. 뒤 바뀐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들의 출신 비밀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도 천민의 자식 귀동이는 바른생활 공무원 포교로, 또 하나 양반의 자식 천둥이는 탐관오리를 징벌하기 위한 의적 아래(我來)적의 두령으로 패두들과 함께 조정을 상대로 신분이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백성의 인권과 인간으로써 살아갈 권리를 찾기 위해 투사로 나서면서 생부에게 칼을 겨누어야 하는 기가 막힌 이야기는 드라마상 가상 이야기이지만 뒤 바뀐 인생의 대표적 모습이다.

 근간의 전라북도가 이런 형국이다. 원래 토공은 전북이었고 주공은 경남이었다. 현 정부들어 통합을 추진하였고 통합당시 분산배치도 검토하겠다던 정부를 믿었고 장관의 말을 믿었지만 결과는 모두 허구였고 거짓말이었으니 참으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세상이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정부까지도 이렇게 국민들에게 불신을 자초한다면 우매한 백성들은 과연 누구를 믿고 살아가란 말인가. 토지공사와 연금관리공단이 그리고 우리 전북과 경남이 뒤 바뀐 인생을 산 기분이니 말이다. ‘멋진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더 멋진 이유를 대는 능력’이 요즘 정치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