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철모/ 시인
들판 건너 찬바람 가슴 파고드는 건/ 길가에 코스모스 손사래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이 가을 인가 봐요/ 찡그리던 하늘 열리고 코발트 빛 발하는 건/ 잠시 잊었던 사람 솔솔 솟아오르는 것이 가을인가 봐요/ 수많은 사람 속에 살면서도 외딴 섬 외로움에 파묻히는 건/ 들꽃만 바라만 봐도 눈물 울컥 삼키는 것이 가을인가 봐요/ 먼 산 달려온 바람 우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논란 가슴/ 갈대의 합주에 슬퍼지는 것이 가을인가 봐요/ 위 시는 필자의 첫 번째 시집 ‘그리운 고향 지사리’ 에 등재된 ‘가을인가 봐요’라는 시이다
가을이 시작될 즈음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사색가가 된다. 지금까지 살아 온 생을 정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붉게 불타오르는 자연은 이상스럽게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묘약이 있어 보인다.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 방황하거나 종착역은 생각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그 것은 다들 익어가는 대자연의 황혼에 묻히고 싶어서 일 것이다. 가을을 일명 ‘남자의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가을은 결코 남성들에게만 가슴앓이 하는 시간을 주는 전유물이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가을은 시각을 동원한 유혹의 향수와 미모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단풍철이면 인산인해 속에 가을을 즐기는 여성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설악에서 출발하여 남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단풍소식은 곧 우리지역 내장산에도 도달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어딘가 모르지만 현실에 찌든 시간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 스스로 파 놓은 무덤 같은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등바등하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어찌 그들이라고 이 가을에 취하고, 자연에 취하고, 단풍에 취하고 싶지 않겠는가. 다만, 용기가 없고 현실이 놓아주지 않는 것뿐이다.
매년 10월이면 필자의 꿈은 결혼식 축가로 많이 사용되는 대중가요의 제목과 가사처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직장도, 직함도, 이름표도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굴레도 벗어버리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자연에 내 자신을 내 놓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일구고 싶다. 연인도, 가족도 좋다. 친한 친구도, 동료도 좋다. 모든 사람들이 이 멋진 계절 10월에, 한번이라도 정말 멋진 날을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각자의 동행해 줄 사람을 찾고 그와 함께 밤새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일생의 일기장에 추억으로 한 페이지를 정말 멋지게 작성할 10월의 어느 멋진 그런 날을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염원을 담아 10월 한달 동안 블로그의 배경음악 첫 곡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시작하고 있다.
(2011.10.19 전라일보, '젊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