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소는 누가 키우지?

goldenfiber 2012. 1. 17. 11:20

 

2012년 1월 17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소는 누가 키우지?


김철모 / 시인


모 방송 개그 프로에서 ‘소는 누가 키워’란 유행어로 유명해진 개그맨이 있다. 구시대 인물의 전형적인 모델인 ‘남편이 하늘이다’는 남하당 대표와 ‘여성이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여당당 대표가 남녀 위상에 대한 논쟁 중에 말문이 막히면 남하당 대표가 쓰는 키워드이다. 그런데 ‘소는 누가 키워’가 이제 단순한 개그 프로의 유행어가 아니고 현실로 나타났다. 소 사육두수의 증가에 따라 연초부터 떨어 질대로 떨어진 소 값 하락과 천정부지로 폭등한 사료 값 인상으로 축산농가의 불만이 기어이 터지고 만 것이다. ‘소는 누가 키워’라는 물음에 농민들은 급기야 ‘청와대에서 키워라’고 외치는 판국이 된 것이다.

 

어릴 적 필자의 시골집에서는 소를 키웠다. 소래야 한 마리이지만 본채에 따른 외양간이 있었고 당시 소는 요즘처럼 단순히 길러서 파는 축산이 주업이 아니라 농사를 짓기 위해 논과 밭을 갈고, 한해 농사를 지어 놓은 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수송용도의 소달구지를 이끄는데 이용되는 일소의 개념이었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베는 것이 학교에 다녀오면 해 내야 하는 하루의 임무였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매일 저녁 소가 먹을 여물을 썰고 소죽을 쑤는 당번이 필자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다른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시끌벅적하게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소꼴과 소죽당번 그리고 소 풀 뜯기를 해야 하는 필자는 다른 아이들이 소를 키우는 우리 집이 보기에는 선망의 대상이었을지언정 어린 마음으로는 소가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집에서 소를 키우는 집은 큰 자산이었던 한우는 형들의 경우 소 한 마리씩 팔아서 결혼과 동시에 분가를 했던 살림밑천이 되었던 때가 있었으니  당시를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농촌도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우리 농촌을 대규모 축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한 때 벌이가 괜찮아 너도나도 한우를 키우는 것이 유모처럼 업이 되던 한때의 재미가 이제는 빚에 찌들어 자식같은 소를 굶겨 죽이는 상황까지 와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 FTA 협정으로 한숨에 빠져 있는 축사농가들이 소 값 폭락으로 사람도 울고 소도 우는 절규하는 한우농가의 목소리를 확성기를 통해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다. 며칠 있으면 민족의 가장 큰 명절중의 하나인 설날이 다가온다. 명절을 앞두고 희망을 갖고 밝아야 할 축산농가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는데 부디 우리 농민들의 얼굴을 환하게 웃게 할 정부의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대해 본다. 또한 사람과 사랑이 웃는 워낭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소는 누가 키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