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과 없는 자의 슬픔
2012년 4월 18일 전라일보 15면, ' 젊은 칼럼'
윤달과 없는 자의 슬픔
김 철 모 / 시인
지난 주말에 청첩장이 집중 배달되었다. 매 주말이면 치러야 하는 ‘전(錢의) 전쟁’이지만 유독 지난 주말에 청첩이 많은 것은 아마도 곧 시작되는 윤달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3월 공달, 그나마 침체된 경기가 3월 윤달을 맞아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윤달은 태음력에서 5년에 두번의 비율로 1년을 한달 더 늘려 13개월로 정하는 것으로, 이는 태양력에 비해 적은 일수를 윤달을 만들어 맞춰나가는 것이다. 태양력에서도 이런 것이 있다. 이는 윤일이라고 하여 4년마다 2월을 28일과 29일로 정하여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달의 주기를 맞춰나가는 것으로 실제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달력의 근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윤달과 윤일이 우리 조상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기간으로 전래되어 지금도 우리 생활에 많은 제약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달에는 이사와 결혼, 그리고 출산해서는 안 되는 등 경사스런 일은 하지 말도록 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일들이 윤달에 있으면 액운이 겹친다고 믿어왔고, 궂은일은 신들이 도와준다고 해서 이장은 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출산이야 이해가 된다. 과거 음력생일을 쇠는 사람 입장에서는 윤달 생일은 매년 돌아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 요즘 그 피해를 톡톡히 보고 있는 업종에서는 또 다른 경기 침체 악재를 만난 것이다. 특히 이삿짐센터와 예식장, 음식점등은 더욱 울상을 짓게 되었다. 윤달 한달 동안에는 사람들이 이사도, 결혼식도 없으니 죽을 맛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런 윤달을 이용한 상품선전이 한참이다. 윤달에 이장을 하거나 윤달이 들어 있는 해에 부모님 수의(壽衣)를 마련하면 부모님들이 무병장수한다하여 이번기회에 수의를 구입할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좋은 것은 500만원에서 좀 싼 것은 70만원까지 한다고 한다. 물론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마지막 가시는 날 입는 옷인 만큼 어느 자식이 효도하고 싶은 맘이 없겠는가마는 옷 한 벌에 몇 백만원씩 하니 그나마 없는 사람은 가슴만 더 미어지게 되었다. 정녕 수의만 마련하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면야 수의를 구입해야 하겠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가난밖에 없는 자식은 이래저래 속만 타게 되었으니 말이다. 요란스럽던 총선이 끝났다. 선거 특수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이번에 치러진 총선은 돈 보다는 입을 푼 모양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말이다. 세계금융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근간의 상황에서 윤달, 그것은 가진 것 없는 자의 또 다른 슬픔으로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