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도전 '영원 길거리 문화제'
2012년 8월 30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또 다른 도전 ‘영원 길거리 문화제’
김철모/ 시인
찬 바람이 일면서 축제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곧 세계소리축제가 열리고 한국음식관광축제와 국제발효식품엑스포가 열리게 된다. 그동안 여느 지역축제가 그렇듯 언제부터인가 축제하면 의당 많은 재정이 투자되어야 하고 흥행과 많은 관객을 위한 요즘 잘 나간다는 초청가수가 있어야만 축제다운 축제로 우리들의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기존의 축제 틀을 깨고 신선한 도전을 하고 있는 축제가 있다. 그게 바로 정읍 ‘영원 길거리 문화제’이다. 영원면 소재지에서 열리는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의 참여와 재능 기부이다. 다시 말하면 재원은 십시일반으로 참여자가 마련하고 출품작도 모두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거액의 초대가수도 없고 오직 있다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출향인들의 참여와 재능 기부만 있을 뿐이다. 여느 축제가 관람객 위주의 축제라면 이 길거리 문화제는 참여한 사람이 함께 보여줘야 하고 함께 구경하는 축제이다. 이 축제는 크게 전시행사와 공연행사, 부대행사로 나눠진다.
먼저 전시행사는 학교 담에는 출신 작가들의 시가 걸리고, 지역내 향토 사학가가 그동안 발굴한 지역의 역사를 내용과 사진을 통해 공유하고 고분과 석탑, 서당과 서원, 마을의 유래가 소개된다. 지역출신 작가들의 소설책과 시집이 전시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기부한 시화전과 사진, 그림과 글씨 한폭, 초등학교 학생들의 그림도 있다. 그리고 주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선조들의 고물건과 멍석과 괭이 등 재래식 각종 농기구 등이 전시되고, 60~70년대 추억의 레코드판과 전화기, 타자기도 등장한다. 정작 없으면 선조가 쓰던 담뱃대도 좋고, 분재 소품도 좋고 다듬잇돌도 얼굴을 내민다.
두 번째 출향인 등 지역 출신들이 있는 끼를 모두 발휘하는 공연행사이다. 시 낭송과 함께 색스폰 연주, 아코디언과 클라리넷 연주, 대금산조와 주부 농악단의 사물놀이, 3대가 참여하는 가족단위 합창, 할머니들의 다듬이 소리 등등... 마지막으로 풀물과 음악에 맞춰 축제의 한판이 열린다. 그리고 참여자들에게는 입가심으로 텁텁한 막걸리와 야생차 한잔이 곁들여진다.
지난 광복절 조촐하게 마련된 두 번째 길거리 문화제는 아직은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새로운 축제의 시도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축제로써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연과 관객이 따로 없고 모두가 주인공이자 구경꾼인 축제, 틀에 박힌 진행보다는 어설프지만 향토색 나는 우리들의 잔치 지역축제, 그런 면에서 고향 ‘영원 길거리 문화제’는 전북도가 추진하는 슬로시티의 한 축제 모델이 될 것을 조심스럽게 전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