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힘내세요

goldenfiber 2012. 9. 13. 10:24

 

 

2012년 9월 13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힘내세요


김철모 /시인

서울 출장길, 들녘이 벌써 연노랑으로 채색되고 있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간밤에 혹시 별일 일을 까 논두렁에 서서 이리저리 벼를 만져보며 둘러보고 있다. 여물어 가는 곡식을 보노라면 감회가 새롭고 마음만은 풍요로우면서도 한편에는 지난번 쓸고 간 태풍으로 인하여 자식같이 키워온 농작물을 잃은 마음에 시름이 가득해 보인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긴 가뭄과 무더위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늦 비가 내려 한숨 돌리나 했더니만 생각지도 못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하여 망연자실하고 있다. 특히, 태풍피해는 배, 사과 등 과수농가의 한해 농사를 망쳐버렸고 어려운 환경에서 잘 자라 온 들판의 벼를 단번에 시쳇말로 ‘백수’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태풍 ‘볼라벤’과 ‘덴빈’ 피해액은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무려 1,300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그 피해액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농민의 자식으로써 한때 직접농사를 지어 본 필자로서는 마음이 아리고 가슴이 아프다.

문제는 마땅히 이에 대한 보상 받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4계절 뚜렷한 기후에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아열대 기후로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 좋던 봄, 가을은 없어지고 긴 여름과 겨울의 시간이 많아졌고 국지성 집중호우와 강우량의 심한 지역 차, 해수온도의 상승 등 우리나라 기후도 많이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물 선택도 달라져야 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대책도 철저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세계도 기후변화로 산업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자연재해를 모두 하늘의 탓으로만 돌리고 그냥 앉아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천형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고와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일과 농민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제도개선과 함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공시설 피해복구 중심으로 되어 있는 관련법령을 사유재산도 어디까지 보호해 줄 것인가 고민해야 하고 재해보험 관련법도 현실화해서 피해농민들이나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을 바로 잡고 용기를 내어 마지막 피해 복구와 함께 올 농사를 마무리 하겠다는 우리 농민들의 각오가 더 더욱 중요하다. 하늘이 하는 일은 나약한 인간이 가로 막을 수는 없어도 주어진 환경에서 그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가을걷이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농민여러분! 힘내세요. 우리 모두는 당신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