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012년 9월 28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가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김철모 /시인
민족최대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운 고향을 찾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들도 만나게 될 거다. 또 엊그제 성황리에 마친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9월 한 달 동안 여기저기에서 축제의 한판이 벌어진데 이어 다가오는 10월에도 한국 음식관광축제와 김제 지평선 축제 등 도내 여러 곳에서 수확의 계절을 맞아 축제가 또 벌어질 예정이다.
이렇듯 가을은 늘 풍요롭다. 들판에 너부러진 오곡백과가 그렇고,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산야를 보노라면 우리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모진 가뭄과 거칠게 쏟아 부었던 폭우나 태풍도 거뜬히 이겨내고 들판과 산천이 내년을 기억하면서 익어가는 것이다. 올해 단풍은 9.29 금강산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남으로 남하를 거듭하면서 설악산 10.2, 지리산 10.10, 속리산 10.15, 그리고 우리 고장 내장산은 10.25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기상대는 예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세월 속으로 빠져가는 가을은 그냥 우리를 가만히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오늘을 위해 일년을 고생한 그들은 우리가 찾지 않고 다가서지 않으면 가을은 스스로 알아서 우리 곁으로 찾아들지 않고 각자 자기 갈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창 임을 찾아 나선 선운산 꽃 무릇도, 우리 도민을 만나기 위해 멀리 베네수엘라에서 우리 고장을 찾은 샤갈과 피카소의 전주 나들이도 우리가 맞이하지 않으면 우리 앞에 서지 아니한다. 또 다음 달 절정을 이룰 지리산과 내장산의 단풍도, 지평선 축제가 한바탕 놀고 있는 김제의 황금벌판도, 또 4대 종단의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순례 길을 걷는 세계 순례대회도 우리가 찾지 않고 찾아가지 않으면 마음의 풍만함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결코 우리에게 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가을이 우리를 찾아오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결코 그들은 우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찾아 가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홀연히 시간과 함께 가을은 우리 곁을 떠나고 만다. 그래서 애독자 중에 혹시 그동안 가을 오기를 마냥 기다렸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가을을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 틀에 박힌 일상생활에서 탈출해야 만삭의 풍요로움도 황홀한 풍성함도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가을과 함께 즐기면서 마음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