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서시빈목

goldenfiber 2013. 4. 12. 14:21

 

 

2013년 4월 12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서시빈목(西施顰目)

김 철 모 / 시인

 

요즘 날씨가 스산하다. 계절이 뒤로 가는 것인지 4월에 들어서고 날이 갈수록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추워지는 등 요즘 날씨를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꽃샘추위도 한때이건만 4월인데도 눈이 내리지 않나 계절만 믿고 덩달아 뛰쳐나온 봄꽃들은 어찌 하라고 조석으로 변하는 날씨의 변화무쌍 행진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 며칠이면 곧 못자리를 시작하는 등 농사철을 알리는 곡우가 다가오는 가하면 다음 달 초이면 여름을 시작하는 입하지절인데 어찌된 일인지 단순한 기온으로 봐서는 계절을 구분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봄이 찾아오면 매화부터 순차적으로 피던 시절은 없어지고 매화며 개나리, 벚꽃 등이 동시에 터지고 있으니 요즘 봄꽃들이 친구 따라 장에 갔다가 낭패를 당한 셈이 되었다.

 

중국고사에 서시빈목(西施顰目)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장자(莊子)의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과거 중국 4대 미인 중에 한사람이었던 서시(西施)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시가 얼마나 예뼸는지 하루는 산책을 나와 연못가에 서 있었는데 서시의 미모에 반한 물고기가 물에 빠질 정도였다니 그 미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춘추시대 말엽, 오나라와 전쟁에서 패한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 왕 부차의 정신을 흐려 놓기 위해서 절세미인 서시를 뽑아 바쳤는데 서시는 가슴앓이로 말미암아 고향으로 잠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서시는 길을 걸을 때 가슴의 통증이 심하여 늘 눈살을 찌푸리고 걸었는데 이것을 본 그 마을의 되게 못난 추녀가 자기도 눈살을 찌푸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예쁘게 볼 것으로 믿고 서시처럼 눈살을 찌푸리며 흉내 내고 다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질겁하여 각자 집으로 들어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예 처자들을 이끌고 거처를 마을에서 벗어나 도망치기도 하였다고 고사는 전한다.

 

우리가 일을 하다보면 그 일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만 보고 처방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추녀는 서시가 미간을 찡그리고 다니는 원인을 정작 알지 못하고 단순히 서시처럼 미간을 찡그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할 것이다는 막연한 생각만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시간에 쫓겨서 그리고 뭔가 이뤄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문제의 실체는 보지 못하고 남이 좋다는 것만 쫓다보면 결국 실패만 가져 온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대목이다. 혹시 나 자신도 지금 일을 함에 있어서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판단하고 답을 내리는 우를 범하는 것은 없는지 되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