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5월에 생각나는 것들(전민일보170508)

goldenfiber 2017. 5. 10. 13:49



5월에 생각나는 것들

시인, 전북도 안전정책관 김철모

 

5월만큼 행사가 많은 달이 없는 듯하다. 5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발명의 날, 부부의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 등 많기도 하다 여기에 절후로 보면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성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 그리고 음력 55일로 가장 양기가 센 날이라 해서 농경사회에서는 파종하고 모를 낸 후 휴식과 함께 다음을 준비하면서 이날 하루만큼은 마음껏 놀이를 즐겼던 우리나라의 명절의 하나인 단오 등이 이 달에 속해있다. 또한 자연 풍광과 날씨가 활동하기 좋은 계절에다 하루건너 징검다리 휴일로 황금연휴까지 이어지다보니 연월차를 이용해 전국 관광지와 축제장을 찾는 국내 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을 실행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5월에 챙겨야 할 일도 생각할 일도 많다는 얘기다. 더구나 올해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대통령 선거까지 5월에 치러져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챙기고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는 가신 연세는 달랐지만 두 분 다 5월에 세상을 떠나 가셨기에 5월이 되면 생각할 일이 다른 사람보다 필자는 하나 더 있다.

 

살아 실제/ 띠밭고랑 일어/ 수없이 발자국 남기던/ 양지 바른 곳/ 송화 가루 분칠하고/ 매미소리 벗 삼아/ 뒷 방죽 품에 안고/ 하얀 벌판 산 토끼 부르는 곳/ 말년에/ 치매로 입 다무시더니/ 할미꽃/ 엉겅퀴 친구삼아/ 밤새/ 도란도란/ 짙푸른 날/ 솔바람에/ 지그시 눈 감더니/ 하연 솜이불 덮고/ 편안히 잠들고 계신다./ 이상은 필자의 시집 1그리운 고향 지사리에 실린 어머니라는 시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시울이 먼저 적신다. 90평생 8남매 키우시랴 드실 것 한번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다른 사람 다 다닌다는 동남아 해외여행도 한번 못 가보신채 당신은 삶의 질곡에 그대로 빠져 계셨다. 오직 남편과 자식만 바라보고 일생을 바쳤던 어머니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말년에 찾아 든 치매 때문에 속 시원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드높고 깊겠지만 막내였던 필자로선 그 누구보다도 시골 집 뒤 선산 서당봉에 계시는 어머니에 대한 사연도 애정도 더 깊다. 그러기에 엊그제 시작한 봄이 벌써 눈부시리만큼 진해진 나뭇잎으로 변한 모습을 보노라면 살아계실 때 제대로 하지 못한 때늦은 후회가 살을 에는 듯 아프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은 5, 그래서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적 투자와 경제적 부담이 고민돼서 마의 5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을 생각할 어버이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5월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빠뜨리지 않고 꼭 챙겨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다시금 부모님 사랑을 기리면서 당장 전화 한 통화, 아니면 찾아뵙고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달아주는 진정한 마음을 부모님 살아생전에 행동으로 선물하는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모님은 큰 것도 바라지 않고 오직하나 자식 얼굴 한번 더 보는 소박한 소원을 가지고 사시는 분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