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서남저널191224)
공명지조(共命之鳥)
김철모(시인, 전 익산부시장)
때는 가을이라/ 온 천지가 노랗게 물들어 가고/ 마음만으로 풍족한 계절/ 어찌된 일인지/ 열차 차장으로 펼쳐진 들은/ 안개인지 연무인지/ 연한 우윳빛으로 / 익어가는 가을을 가리고 있다/ 오늘도 좌우로 나뉜 함성들/ 백성의 맘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모습 닮아/
들판도 덩달아/ 그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으니/ 언제나 마음 편하고/ 맑고 환한 세상을/ 볼 수나 있을까. 이상은 필자가 가을 어느 날 서울 가는 길에 지은 ‘서울로 가는 길’이란 자작시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나라상황을 들판에 깔려있는 연무에 빗대어 지은 시이다.
최근 교수신문이 2019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발표하였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한 많은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를 의미한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나는데 한 머리가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먹자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한 나머지 화가 나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 결국은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지만 실상은 같이 멸망하게 되는 공동운명체라는 뜻이다. 즉 자기만 살려고 아등바등하면 자기만 살 것 같지만 결국 같이 죽게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사회가 지난 정권의 실정으로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다시는 국민적 갈등이 없을 것 같았지만 어느 때 부터인가 조국사태에서 보듯 온 나라가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너 죽고 나 살기만 하고 있다. 이런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가 아닌가 싶다.
2018년에 교수신문에서는 사자성어를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촛불 정부가 들어서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적폐청산 등 대내적으로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태에다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남북문제, 열강들과 외교, 무역전쟁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현안들이 가로 막고 있는 답답한 국민의 마음을 표현 하였던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나라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함께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가도 시원찮은 판에 정치권들이 좌우로 나뉘어 내 주장만이 옳다며 분열을 조장하고 이에 일부 국민들도 여기에 편승해 이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나라발전을 고대하는 대 다수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의 넉넉함도 야당의 협치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한편 작게 우리 정읍지역에서도 이처럼 정읍발전에 뜻을 모아야 할 판에 작년 지방선거과정에서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편 가르기를 한 것은 없는지 아직도 그 서운함에 마음속 칼을 갈고는 있는 사람은 없는지 뒤돌아 볼이다. 한때 30만 명을 육박하는 인구를 가졌던 잘 나가던 정읍이었다. 60년대 이후 많은 우리 형제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회지로 수도권으로 떠나고, 사회 환경과 인식 변화 등으로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지역소멸이라는 중차대한 과제 앞에 나약한 모습으로 정읍을 내 몰고 있어 이를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우리 지역만이라도 공명지조(共命之鳥)의 누를 다시는 범해서는 않된다. 지역발전에 너 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시민모두가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함께 뜻을 모아 2020년에는 멋진 정읍시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