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익숙한 것들과 이별

goldenfiber 2020. 10. 21. 20:55

익숙한 것들과 이별

 

김철모(시인, 전 익산시부시장)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수많은 주변 여건과 사귀고 친숙하고 익숙 하려고 한다. 가정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직장에 처음 입사한 사람은 전임자가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배우고 따라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과거를 답습하고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자기방식의 일처리가 조금씩 시작된다. 그러면서 각자는 성장하고 밥벌이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익숙한 것은 생존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단순 일 뿐만 아니라 사람간 관계도 그렇고 어떤 큰 정책을 추진할 때도 다양한 체험으로 습득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편하게 일하고 싶지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은 편하기 때문에 과거 답습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익숙한 것들과 오래 사귀다보면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을 뿐더러 그 조직이나 사회의 발전성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력 면에서 봐도 익숙한 것들을 반복하다보면 그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고 뒤처지게 된다. 필자가 그간 몸 담았던 공직에서도 그래서 수없이 변화를 요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주민의 요구에 걸 맞는 시책을 주문해왔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도 시대에 따라서 언어적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경장(更張), 유신(維新), 쇄신과 혁신, 개혁, 적극행정 등 공기관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까지 변화를 이끌기 위한 시도와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해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주민도 시민단체도 언론도 지속적으로 정부와 공직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익숙한 것들과 이별이라는 여섯 번째 시집을 민간인으로 전환된 시점에 출간한 바 있다. 여기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40여 년간 몸 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나 민간인이 된 상황에서 과거의 틀에서 이제는 벗어나 새로운 것들과 적응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는 명제를 제시하고자 했다. 공무원의 갇혀진 사고에서 벗어나 제 2인생을 시작하면서 이제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채워나가야 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각오도 함께 담겨 있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시의 소재도 그동안보다는 더 다양해지고 공무원 신분으로 제약된 표현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과거의 농사기법만 고수하다보면 고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이제는 농축산물도 시대가 요구하는 맛과 품질을 겸비한 새로운 품종개발과 새로운 농사기법만이 수요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여 년, 민선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뽑은 지 25년을 경과하는 현 시점에서 각 자치단체의 익숙한 것들과 이별은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더 넓은 세상은 보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역 내에서만 서로 아웅다웅한다면 그 지역은 발전하지 못하고 되레 퇴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행정도, 주민의식도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으면 그 지역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처럼 사회기반시설이나 지리적 여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는 더욱 더 변화와 도전은 필요하다. 이제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하고 수없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과 대응하는 자생력이야말로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명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