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부언

가을비

goldenfiber 2006. 1. 26. 12:42

가을비가 내렸다

 

그렇게도 익어가는 단풍을 메마르게 하던

목말라 애태우던 그 순간은 모른 척 하더니만

이제 기진맥진하여

걸쳐 입었던 화려한 모든 것 벗어 던지고 있을쯤

이제서야 조바심 생겼나

가볍게 터치하는 이슬비를 내려주고 있다

 

이 비 맞고 나면

용 솟음칠 만물도 있겠지만

죽은 자식 부랄 만지기라고

아마도

미련없이 벗어던지는 가을 옷 벗기기를

더욱 가속화 하지는 않을까

 

진작 이런 성은이 있었더라면

금년은 운수 대통하여

야하디 야한 가을 옷을 입은 그들을

우리가 볼 수가 있었을텐데

아마

가을비가 몸 치장하는 나무들의 가을 나들이를 샘내어

버스 떠난 뒤 이제서야 부리났게 달려와

스톱 스톱을 연발하며

인심한번 후하게 쓰는것 아니겠는가

 

이 비 그치고 나면

그동안 단풍구경한다고 벼르고 벼를던 사람에게

나목(裸木)만 바라보아야 하는 큰 상처 안기고

가을 비는 가을나무와 동행하여

우리 곁을 미련없이 훌쩍 떠나겠지?

 

그리고 차디 찬 바람 몰고와

우리 모두를 하얗게 먹칠을 하고 말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