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부언

어머님의 침묵

goldenfiber 2006. 5. 3. 09:18

 

어머님의 침묵


지금부터 70 여년 전

종가집 맏며느리로 들어와

7남매 시동생, 시누이 남혼여가 시키고

8남매 자랑삼아 키우시던 어머니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는 그 성격 때문에

바른 말 잘하기로 이름나

여섯 며느리로부터 후한 점수 한번 못 받던 어머님이

이제는 포기하려는지

굳게 입을 다무셨습니다


사람이 오는지 가는지

알면서도 이제서야 마음속에 꼭 담아 두시런지

멍한 촛점 잃은 눈망울

기력 잃은 입가에 깊은 시름만 가득한 채

침묵의 시간 지키고 계신 어머님

가끔 정신이 돌아올 즈음이면

막내아들 손 꼭 잡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


지나온 90평생 만큼이나

골골히 패인 깊숙한 주름계곡

자식새끼 기르며 깊이 담아온 소설같은 사연들

할 말도 전할 말도 많은 법한데

시름 시름 앓던 노환(老患)의 여파인지

입심좋은 당신의 모습

이제는 볼 수가 없습니다


- 2003. 5월 치매증세로 세상을 놓아버린 어머니를 보면서

 

 * 매년 5월이 오면 어머님 생각에 가슴이 저려 옵니다.

    침묵의 시간 1년을 보내시고,  2004년 5월 18일 오후 3시경 막내인 저의 모습도

    채 보시지 않고 저의 곁을 떠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