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의 부지런
큰아이의 부지런
오늘은 큰애가 아침 일찍부터 전례없이 부지런한 모습을 보인다.
상시 내가 츨근할 때까지 제동생과 함께 제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녀석이,
집사람이 학교 갈 시간 되었다고 흔들어 깨워야만 일어나던 얘였는데
왠 일일까? 이제 철이 들은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되었다.
그러나 답은 쉽게 얻어졌다. 집사람의 한마디 질문에 말이다.
" 큰 아들! 왠 일이야 벌써 네가 일어나고 무슨일 있어?"
" 저 저어 - 침대에 오줌 싸버렸어요"
" 뭐야 침대에다 오줌 싸버렸어 이거 큰일난네 침대는 빨수도 없는네"
집사람은 침대 세탁 먼저 걱정한다
큰놈은 큰 죄를 지은 모습으로 제방으로 갔다가 화장실로 갔다가 정신이 없다.
" 어쩌다 그랬어 그래 엄마가 뭐라했어, 잠 자기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랬잖아"
" 아니 내가 쌀려고 그런게 아니고 꿈에 애들하고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는데 어째 이상하잖아 그래서 일어나 보니 침대 잖아"
그래도 큰애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열심히 설명이다.
본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
꿈속에 그것이 나타나면 현실로 표현되는걸 어떻게 해
집 사람도 그런 경험이 있다해서 한참을 웃었다.
어린시절 생각지도 않게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렸단다
그러자 장모님은 어린딸에게 키를 씌워주며 고모네집에 가서 소금좀 얻어오라 하셨단다.
집사람은 그 때만해도 그 뜻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체 이부자리에 지도 그린 죄스런 맘만 가지고 고모네집에 갔단다.
고모를 부르자마자 고모님은 소금을 사정없이 온 몸에 뿌리며 부지갱이로 치를 마구 때리더란다.
어찌 무서웠던지 혼쭐이 난 집사람은 정신없이 집에 돌아왔고 그때서야 그뜻을 알고 온 종일 장모님을 원망하면서 울었다는 어릴적 얘기를 해주었다
지금이야 그럴 사람도 없고 또 다시는 그럴 키(촌에서는 치라고 한다)도 없다 . 또한 키 쓰고 남의 집에 소금 얻으러 가는 세상도 아닌성 싶다
세태가 변해도 한참을 변했고 키 쓰고 소금 얻으러 가는 풍습은 이제는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옛날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이웃을 모르고 나만 아는 세상,
내일 아니면 설령 불의를 봐도 그냥 지나처 버리는 세상,
제 잘난 맛으로 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지금생각하면 옛 선인들이 실수한 어린애들에게 다시는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고안해낸 충격요법중 한 방법인것 같다
큰애는 미안해 어쩔줄 모르고 수건에 물을 묻혀 지도를 지우느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잠깐 그린 지도를 하나 하나 지워나가면서
다행이도 그 지도는 세계지도가 아니고 독도가 포함된 우리나라 지도였다
- 큰애가 초등학교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