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그 아부지 탁인냉개비여
잘된 것은 지 탓이고, 잘못된 것은 조상 탓 한다
못된 것은 지 어미 닮았고, 잘 하는 것은 지 아비 닮았다 한다
자식의 잘, 잘못에 대한 원조 논쟁이 뜨겁다
기나긴 한더위에서 깨어나듯 한달 반여 방학을 마치고
초.중.고교생 모두들 개학이 되어 다소 조용했던 시내거리가 활기를 띠고 시끌벅적 해졌다.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 일년 치 비가 한꺼번에 내린 지역도 있었다.
그동안 편하게 자리잡고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던 영광도 오늘부터는 그 자유와 기회마져도 상실한채 버스 손잡이에 매달여 이리 흔들, 저리흔들 아침부터 기운을 빼게 할 판이다.
큰놈은 오늘 개학을 앞두고 어제 일요일 한달동안 밀렸던 방학숙제를 하느랴 급피치를 올리더니만 지 엄마나 내가 버릇고치려고 관심을 갖지않고 큰방에 들어가 버리자 중학생 사촌 형한테 전화를 걸어 긴급 응원요청을 하며 매달린다.
눈물바람으로 애원하듯 막무가내로 형이 방학 숙제 중“그림그리기”를 해결해야겠다는 것이다.
눈물의 호소에 못이겨 형이 오라더니 중학생의 능수능란한 예술작품을 두장 주었던지 돌아와서는 귀에 걸린 입을 다물지 못한체 마지막 숙제인 한달이 넘는 일기를 쓰느랴 정신이 없다.
왜이리 머리가 좋은지 짐작컨데 그것은 일기가 아니고 택일(擇日)하여 작문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주제 또한 추리력과 좋은(?)머리를 총동원하여 다양하게 걸작을 만들었을것이 분명하다.
숙제 중 “수집하기”를 못했다고 때를 쓰는 통에 부정(父情)이 많은 아빠가 된 나는 지 엄마 학창시절 수집했던 우표 수집첩에다 최근 몇 년간 내자신 모아두었던 사용한 우표를 첨가하여 우표 수집첩을 감쪽같이 만들어 주었더니만 재빨리 첫장에 학년,반, 지 이름을 써 버린다.
지꺼란다
내 어린시절
그 많은 시간동안 실컷놀고 개학 몇일 앞두고 정신 없었던 내 모습을 재판(再版)하는 것을 보면서 부전자전(父傳子傳)의 본보기를 제대로 실감하는 것 같다.
방학책 살 돈이 없어 남의 방학책 한권을 통채로 베끼어 제출한 적도 있었다 .
방학숙제에 대한 이러한 추억들은 누구나 없이 갖고 있을 법한데 그러면서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속인체 자식들에겐 불호령 치는 것은 아닐까
계획을 짜서 잘하지 않고 이제서야 야단법석이라고 ....
그렇지만 방학숙제는 서서히 진지하고 차근차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자신도 알면서도 말이다.
"아마리도 저그 아부지 탁인냉개비여 !"
(이 말은 전라도 사투리로 “아무리봐도 자기 아버지 닮은 모양이여”를 표현한 말이다)
좋은 것이나 닮지않고, 못된 것만을 닮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