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등대에서
오징어잡이 나간 아버지는
오늘도 소식이 없고
마실 나간 누나는
논골담길 오르더니만 소식이 없는데
저 멀리 독도에서 일은 바람
몸 낮춰 동해에 옥색바람 일으니
묵호항에 부딪치는 하얀 물보라
백설 한 백설로 몸 사른다
아버지 소식 들을려나
오른 등대길
만복이도 집나가
오늘도 소식이 없단다
저 파도 잦아지던 시간에
저 바람 묵호항 옥색치마 펼치는 때에
텅 빈 갑판
아버지도, 누나도 소식 전해 왔건만
보고픈 집 나간 만복이는
오늘도 소식이 없네
동해 저 파도
다시 거친 숨 쉴 즈음이면
논골 담길 휘졌고
꼬리치며 돌아오겠지?
- 15. 9
1941년 개항하여
성업을 이뤘던 묵호항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골목마다 사람이 넘치고
주막집 아줌마 웃음소리가 넘쳤던 곳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던 곳에
이제는
동해의 옥색바람과 옥색파도만이 넘쳐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