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비(88) - 마지막 8월의 비 가파른 더위 언덕 오를 즈음 어제 잠시 다녀 간 그대의 자리 오늘따라 청초합니다. 갈증에 허덕이고 보고 품에 사무칠 때 살포시 안아주는 그 감동 오늘도 그리움에 목말라 합니다 그때 만남 이후 퉁탕거림이 남아 있듯 그대 목소리 그리워지기 전에 살짝 다녀가면 좋겠습니다 성난 얼굴은 싫..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3.27
8월의 문턱에서(87) 8월의 문턱에서 시간은 가고 추억은 멀리 지루한 장마가 아직도 그 말미를 주지 않는다 그들이 가고 나면 따가운 땡볕 오겠지만 오래 살대고 보니 그 삶에 진부함인지 새 세상이 살고 싶다 그리 달갑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을 기다려만 하는 운명이 지루한 장마보다 나은가 보다 오늘도 하늘이 열리고 장..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3.25
가을소회(86) 가을 소회 목마른 단풍잎 잠시 목적시고 참았던 피 토하면서 색동 옷 갈아입을 때 몸부림 쳐 노란 피 먹 진 은행 잎 갈증에 지친 탓인지 힘들어하는 10월의 마지막 밤 어느 새 파고 든 가을 넒은 창 너머로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이 맥주 한 모금 머금은 10월의 나그네 을씨년스럽게 한다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3.22
당신을 사랑합니다(85) 당신을 사랑합니다 2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일 하나 하나마다 손길 닿지 않고 때 묻지 않은 곳 없는 우리 집을 둘러볼 때마다 저절로 행복이 솟아오릅니다 당신은 우리 집의 마술사입니다 우리 집에서 못하는 것이 없는 우리 집의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당신은 신의 손을 가..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3.20
아버지 갓비 세우던 날(84) 아버지 갓 비 세우던 날 이천 팔년 삼월 십육일 오석(烏石)에 구백여 자(九百餘字) 당신의 역사 적고 팔남매와 손주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평생 당신의 땀과 혼이 깃든 땅 거년에 자리 잡은 서당봉 남서향에 자손들이 모여 당신을 그리는 돌을 놓고 어머니와 둘만의 대화 또 하나 벗 삼아 외롭지 않기..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3.16
당신을 사랑합니다(83) 당신을 사랑합니다 1 오늘따라 하늘이 을씨년스러운 것이 봄을 떠나 여름으로 줄달음질 치려나 봅니다 45년의 긴 여정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들의 엄마로 직장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간은 사람을 슬프게도, 즐겁게도 하지만 나는 즐거운 시간만을 기억하렵니다 당신과 나눴던 연애..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2.24
유일한 사람(82) 유일한 사람 오늘은 그가 오는 날 긴 겨울 잠 깨는 손끝에 연두색 불을 키고 섬진강에 몰려오고 있다 섬진강 변 매화로 실어 온 봄바람 목련 벚꽃 개나리 진달래 동무하고 평생 같이 할 영원한 벗이기에 꽃샘 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유일한 사람 그의 손잡고 오늘도 봄나들이 나선다.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2.20
매화(81) 매화 긴 어둠의 세월 하얗고, 붉은 꽃 불 밝히려 하얀 솜 속의 산고의 시간 겨우내 거세게 불던 섬진 강풍 거뜬히 이겨내고 천왕봉에서 달음질쳐 온 눈보라 몸으로 받으며 저 깊은 가슴 속에 불 당기더니 모두 늦잠 시간 겨우내 입었던 옷 몰래 벗어 던지고 꽃샘추위 벗 삼아 잎 피기 전에 눈 떠 이 곳 ..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2.19
섬진강의 봄(80) 섬진강의 봄 눈보라 뒤 덮은 세월이 한때 그 곳에 있었다 하얀 이 드러낸 백사장 강변 따라 매화 밭이며 산수유 웃으니 포근하고 풍요로워 어머니 품과 같고 고향 인심 같다 남해 봄기운에 제 각각 입 모양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강변 걸으며 겨우내 닫았던 입 연두 옷 그리는 매화 다소곳이 웃고 있다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2.16
춤추는 나무(79) 춤추는 나무 세찬 바람 하얀 솜이불 덮고 입김불어 손 놓이던 인고의 세월 남해의 비린 바람이 자유를 몰고 오던 날 일년 만에 다시 발라보는 손톱에 녹색 메니큐어 입술엔 분홍, 빨강 루즈 오늘도 신나게 당신과 봄노래 맞춰 훌라 춤을 추고 있다 시집-1그리운고향 지사리 200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