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김철모(시인, 전 익산시부시장)
나무의 가지치기는 통상 2월부터 나무에 싹이 나오기까지 계속된다. 물론 나무에 따라서 가지치기 시기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다. 또 과일나무와 정원수는 나무 모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다르다. 그러나 가지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眞實)과 거짓(虛僞)을 가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지치기가 가지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의 수형(樹形)을 좌우하기도 하고 가지치기에 따라서 수확량이 달라지고 열매의 크기도 달라져서 풍년과 흉년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가지치기가 단순한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고 수없는 선택을 반복하는 작업이라서 과수농사를 짓는 사람은 여기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그간 그 나무의 중심이었던 것이라도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과감히 쳐내야하고, 지금은 비록 나약한 가지라도 미래의 희망이 보이면 키워 나가야 한다. 물론 중심된 가지가 희망이 있다면 더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만큼 농부에게는 결단력과 참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사로운 감정에 억매인 나머지 그 선택을 잘못하면 그 나무는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사사로운 감정의 발현을 못하게 하기 위해 전지작업을 주인보다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은 아까워서, 그간 봐온 정 때문에 썩은 가지를 치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주인의 편협한 생각이 위험한 이유이다. 욕심이 과하거나 다 거두겠다는 생각은 농사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집안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 살을 에는 아픔도/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쯤/ 참아내야 한다/ 누가 참이고/ 누가 거짓인가를 가려야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과정이지만/ 선택은 불가피하다/ 더러는 종손이라도/ 싹수가 노라면/ 내쳐야 하는 냉정함과/ 지금 당장은 나약하지만/ 장래에 희망이 보이면/ 키워야 하는 결단력/ 작은 욕심에/ 나무를 다 망칠 수 있으니/ 올 봄 정치도 미래를 보고/ 가지치기를 잘 했으면 좋겠다./ 이상의 시는 필자가 과일나무 전지를 하면서 느낀 감정을 적은 ‘가지치기’라는 시이다.
한 달 있으면 각 지역의 동량을 뽑는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물론 전국에 창궐한 COVID-19(코로나 바이러스질환 19)로 인하여 선거운동다운 후보 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해진 길이니 갈 수 밖에 없을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선을 지역의 일꾼을 뽑는 축제라기보다는 정치꾼을 뽑는 행사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국회의원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선거구민 입장에서 보면 정치인에 앞서 지역의 일꾼이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발전을 어떻게 할 것이며, 지역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관철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사를 논한다는 이유로 당선되는 순간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돌변하는 정치인들을 여럿 봐 왔기에 하는 소리다. 일부 선출직의 경우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는 공약(公約)은 빌 공자 공약(空約)이 되어 버리고 국민을 하인정도나 여기는 정치인들이 지금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농사에서 농부들의 냉철함과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참과 거짓을 잘 가리고 나무에 미래가 보이는 가지는 지키되 미래가 없는 가지는 과감히 솎아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지역이 발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번만큼은 우리 농부들의 현명한 투표 가지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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