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삼키다
김철모(시인, 전북시협 정읍지역위원장)
그동안 우리는 민주주의 상징을 미국인 것처럼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학에서 행정학과 관련된 여러 학문도 미국이론이 다반사였다. 물론 민주주의 원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아테네에서 시민 전체가 참여하여 중요한 일을 결정한데서 시작되었지만 그 이후 직접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 대의 민주주의이다.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선거가 그 대표적이다. 권력은 곧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전해 왔다는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우리는 여실히 봤다.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세계적으로 의술과 행정력을 자랑하는 미국을 미덥게 하였다. 또 이번 미국사태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대통령 선거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민주주의 전당이라고 하는 연방의회 의사당을 난입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선거 백미는 선거에서 지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당선인에게 축하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정하고 추종자들을 조정하여 데모를 하거나 급기야 추종자들이 지난 1월초 신임 대통령 인준을 하는 연방의회 의사당을 무단 침입하여 의사당 시설과 집기를 부수고 의원들을 위해하는 사건은 과히 충격적이다. 한 국가를 존치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선거제도를 부정하고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난입하는 사건은 민주주의 기본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이기에 세계는 놀랐다. 그 파장이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고 있어 결국 비뚤어진 대통령의 몽니로 미국(尾國)이 미국(美國)을 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이념에 따라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추종이 극렬하거나 광적으로 변해 자기 진영 외 그 어떤 진영도 일체 인정하지 않거나 상대 집단을 융단 공격하는 행동은 결코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없어져야 할 산물이다. 이번 미국사회 행태를 견주어 우리나라도 다시금 뒤돌아 본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왜곡된 일부집단이 자기집단 아니면 다른 집단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며 공격하는 일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미리 걱정이 앞선다. 이런 행태는 자칫 정치보복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가 있고 바로 민주주의를 좀 먹는 적폐라는 점에서 우리는 함께 척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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