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부언

월드컵과 지방정치

goldenfiber 2006. 6. 14. 08:44

 

서서히 달궈지는 대지와 함께 독일 월드컵으로 전 세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한달간 개최되는 이번 독일 월드컵 대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의미 있다.

 

한국 對 토고전- 전주종합경기장 사거리 길거리 응원(새전북)

 

 

지금으로부터 4년前

한.일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동안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가 넘쳐 흘렀다.

붉은 옷을 입지 않은 사람이 없고, 어른이고 애들이고 모두들 길거리로 나섰다

 

토요일 망중한(忙中閑) 인가

6. 22 집사람하고 모처럼 시간을 내어 몇년 전부터 벼르고 벼렸던 부산을 여행하기로 했다.

부산이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언제가 시간을 가지고 가고 싶었던 곳이기에 모처럼 주말을

이용해서  1박 2일코스로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중간에 먹을 것이며, 옷가지며 주섬주섬 챙긴 우리는 여느 때와 달리 조금 일찍 길을 떠났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막 개통된 터라 차량 수요도 그리 많지 않았고 도로사정도 좋았다

고속도로변을 둘러싸고 있는 들과 산야는 6월의 태양을 먹고 더욱 빛을 발했다.

 

예전에야 부산 한번 가려면 순전히 국도를 타고 가야 한다

진안과 장계를 거쳐 육십령을 넘어 함양으로 그리고 산청을 지나 진주가서 남해고속도로를 타야했다. 그러던 것이 구비구비, 구구절절 산세, 강세, 들세(?) 다 보며 유람 못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제 아주 편해진 것 아닌가

산청 휴게소에 들러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 시간에 휴대폰의 벨이 울렸댄다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황모 과장님,  대뜸 일성이 그렇다 

 

'철모! 지금 어디냐 ?'

'저 부산가고 있는데요?' 생각없이 대답했다.

'너 지금 와야 겠다'

'예?'

 

당시 민선 3기 도지사 선거가 끝나고 도지사 취임을 앞둔 시점에 캠프(인수위)측에서

인사자료를 요구 했던 모양이다

여행을 떠나 오기에 앞서 자료 준비할 것은 다 한것으로 판단한 서당봉은 자료집을 동료에게

맡기고 떠나 왔건만 생각지 못한 자료 요구가 또 있었던 것이다.

 

집 떠나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참으로 낭패였다

다시 돌아 갈라니 집사람하고 모처럼 신혼 기분 내자고 다짐 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고

그냥 모른척 부산으로 출발하자니 상사의 말이 귓 전에 맴돌았다

 

' 저 과장님 오늘 하루만 시간 주시면 않될까요?

오늘 늦게라도 돌아와서 내일 출근해서 자료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를 자진 반납해야 할 상황을 빨리 인지하는게 중요 했던 서당봉은

마지못한 긍정적인 답을 얻어 내기는 하였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왕에 버린 몸 이것 저것 다 잊고 떠나자 생각하고 발길을 재촉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부산의 도로 사정은 내가 살고 있는 전주와는 판이하게

다르기도 하지만 서울보다도 더 복잡한 구간들이 많았다

서부산으로 진입하면서 무려 1시간 반을 길에서 허비한 우리 일행은 저녁에 돌아 갈 것을 생각

하니 마음이  더 더욱 조급할 수 밖에 없었다.

 

태종대를 돌아 해운대 백사장에 도착한 시간이 4시쯤 되었을까

 

당시 해운대 백사장은 하얀 모래보다 붉은 물결로 넘쳐 났다

마침 한국과 스페인간 8강 전이 광주로부터 생중계 되던 터라 거리 응원전이 모래판 응원전으로번져 붉은 악마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고 홍길동처럼 나타나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 몰아 세웠다

전반전과 후반전을 무승부로 끝낸 양팀은 연장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또 무승부, 드디어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르기로 되어 있었다

사실 극적인 효과는 일반적인 경기 진행보다는 승부차기가 더 절정을 이룬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황선홍을 시작으로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의 순으로 모두 페널티킥을 성공 시켰다. 스페인도 페르난도 이에로, 바라하, 사비가 연속 페널티킥을 성공 시켰다.

그러나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였던 신예선수 호아킨의 페널티킥은 이운재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한국의 최종주자는 홍명보였다.

홍명보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한국이 4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대형 스크린 앞에

서 있던 해운대 백사장은 떠나갈듯한 인파의 함성에 거대한 해운대의 파도소리도 묻혔다

생명부지에 사람이 그 기쁨에 취해 나를 붙들고 훌쩍훌쩍 뛰었다

우리도 함께 뛰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찍히 거리 응원전에 익숙치 않았던 우리는 비롯 빨간 옷은 아니지만 그 붉은 물에

염색되었던 순간이었다.

 

경기는 끝나고 어둠이 서서히 해운대 백사장을 드리워질때 그 때서야 우리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처럼 외출이라 부산에 거주하는 먼 친척한테도 부산 안내 좀 해달라고 머슥하게 부탁까지

하고 온 길인데 위화도 회군이라니....

 

부산까지 왔으니 언제 이런 백사장을 걸어 볼까

설령 밤이라 돌아 갈 때 고생하더라도 백사장이라도 마음껏 걸어보자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이 각기 썰물로 몸 드러낸 갯벌의 게집 들어 가듯 자기 안식처를 찾을 때

우리는 외로워 보였지만 본전을 취하기위해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가볍게 저녁을 때우고 집으로 돌아 온 시간이 1시 반쯤...

다음날 일요일 무리였지만 아침을 일찍 들고 사무실에 나섰다

 

전주의 거리 응원전 (전라일보)

 

 

그리고 4년後

독일 월드컵이 한참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붉게 불 붙고 있을 때

우리는 또 다시 민선 4기 출범을 앞두고 쥔장을 새로 맞이하는 긴장속에 업무보고며,

당면 현안업무 파악을 위해 동분 서주한다.

 

매 4년마다

5월을 지방정치가 전국을 들끓게 하였다면,

6월은 월드컵이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한국과 토고의 첫 접전이 있던 날

2006. 6. 13 일

월드컵의 열기와 7. 1 출범하는 민선4기의 탄생을 위해 6월 한달동안 분주한 분위기를 모두

떠 안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 뜨거움을 연 이어 두달동안 다 익혀야 한다.

 

4년 전 4강에 합류했던 우리였기에

토고전에서 2 :1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작은 소망을 담아 16강을 염원하며......... 

 

 

전주종합경기장 (전북일보)

 

시내 호프집에서- 누가 우리 일행인지가 중요치 않다 (새전북신문)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다.

 

 

그리고 월드컵이 세게의 축제이듯

지방선거와 지방정권 이양이 주민의 축제로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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