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머니 머리 깎는 날이다
어머니가 우리 곁을 떠난 뒤 두번째 맞이하는 어머니의 머리 깍는 날은
예년과 다름없이 시아제와 손아래 동서들과 같이 날을 받았다.
따로 날을 잡아 머리를 시원스럽게 깍아 드려도 되련마는
자식들이 지 맘대로 날을 잡은 것이다
아니 자식들이 임의로 날을 잡았다기 보다는
집안어른들이 택일을 한 것이다
집안 어른들 입장에선
조카 며느리도, 형수씨도 중요하지만
선대 조상님네들이 더욱 중요하고
당신들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아니 그 윗 선대 머리 깍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 집안이 벌초할 때쯤이면 다른 집안들과 다르게 요란스런 것은
하루에 머리를 깍아드려야 하는 숫자가 50여 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벌초를 하루에 끝내려면 인원 동원만해도
적게는 20명이고 많게는 30명이상이 덤성거려야 하고
기계(예취기)가 3대 이상 동원되어야 하루에 마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요새 말로 '하청'줄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머리 깍는 일을 대행 시킨다 하더라도 기당 3만원만 잡아도 150여만원이 소요되니
비용 또한 만만치도 않거니와
더군다나 집안 어른들이 이런 자손들의 발상에 도저히 용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8대조 할아버지, 그 아래 자손들까지 해야 하니까
지금처럼 매년 고조할아버지 손들이 모여서 일군을 이뤄여만 가능하고
촌놈이 블로그 이름으로 쓰고 있는 '서당봉'이 바로 그 주무대다
선산은 시골 집 바로 뒤에 야산으로 이뤄진 산으로
이 서당봉에 8대 조까지 다 묻혀 있다보니
말이 산이지 공동묘지처럼 묘가 산을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바로 아래보이는 봉분이 8대조)
재 작년 5월
어머니의 음택을 이 곳으로 잡았다
옛날부터 동네 풍습이 생송장은 동네쪽으로 묻을 수 없다는 마을의 불문율 때문에
이곳 동쪽으로 우선 자리를 잡은 것이다.
모름지기 명당이라면 장풍득수(藏風得水=일부에서는 득풍장수) 혈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장풍은 몰라도 뒷방죽이 바로 앞에 있으니 득수는 한 편이다
(시원스레 머리를 깍은 어머니- 올해는 아들과 조카가 깍아 드렸다))
사실 어머니의 음택은 이 곳이 아니고 따로 잡아 놓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아버지 혼자 당황스러워 할 때
아버지께서 느닷없이 자식들에게 생떼를 쓰시기 시작했다.
당신 눈 감기 전에 당신이 들어 갈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야단이셨고
다른 선산에 돌 놓는 것이 좋아 보여던지
한가지 더 얻어 돌(석물)도 다 놓아야 한다고 강조 하셨다
그래서 부랴부랴 남매간 회의를 해서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서당봉 안에
좌향을 서쪽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위치적으로는 당신 할아버지가 자리 옆으로
할아버지 자리보다는 조금 낮게
당신 부모 자리보다는 조금 높게 위치한 자리에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킨 김에 상석과 석등도 세웠다
당신 석물과 함께 당신 조부모 둘레석, 그리고 부모 비와 둘레석을 같이
한 날에 날을 받아 2년전 마련했다.
올해 벌초에도 92세의 노구를 이끌고 직접 나오셔서 감독 아닌 감독을 하면서도
당신이 들어가실 음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으신 걸보니
말씀은 않하시지만 흡족하신 모양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중에 들어 가실 자리-가묘)
(어머니와 아버지 쌍분 옆으로, 위가 아버지로 하면 조부, 그 아래가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
금년 벌초는
기계가 4대가 동원이 되고
그동안 여러 차례 나눠서 벌초를 해 왔던 덕분에
사람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4시쯤 상황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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