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요령 것 잘해라‘한다.
'요령’이란 단어를 나쁜 의미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령(要領)’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요긴하고 으뜸되는 큰 줄거리’라는 긍정적 뜻이 있는 반면
‘적당히 꾀를 부려 하는 짓’이라는 약간의 부정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군대조직에서는 이 단어를 항상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게 된다
“요령 피우지 마라”라는 말은 아주 상투적인 말이다.
원칙대로 하지 않고 순간 순간만 모면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말이다
촌놈이 아는 지인이 군대에 있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꺼내 놓았다
그 부대에 아주 요령이 좋은 K라는 하사가 하나 있었다.
요령이 어떻게 좋은지 평상시 관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늘 식기가 부족하든지, 옷가지가 하나 부족하던지 늘 말썽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중대장이 군기라도 잡으려고 중대단위 전원 완전군장시켜 집합시키기라도 할라치면 어디서 빌려서 차고 나타나는지 군장을 기가 막히게 준비를 하는 통에 허점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정신이 해이된 K하사의 꼬리를 아무리 잡을려고 해도 잡히지 않자 하루는 궁리 끝에 대대장이 직접 나서서 전 대대병력을 완전군장하고 연병장에 집합하도록 했다
대대장은 생각을 했다
‘오늘은 기필코 무너진 기강을 바로 잡으리라’
한쪽에서부터 군장 검열을 시작하였다.
마침 문제인물인 K하사가 의젓하게 버티어 서 있었다.
그 날은 착검까지 시켜 어떻게든지 그 하사의 정신머리를 고치겠다고 벼렸다
이내 K 하사의 군장 검열할 시간이 다가왔고, 대대장이 그 하사 앞에 다가서자 관등성명을 우렁차게 대는 것이었다
대대장이 자세히 보니 다른 것은 다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같은데 대검만큼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지 나무로 잘 깍아 색을 그럴싸하게 칠하고 딱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본 대대장은 이제는 잡아구나 생각하고 그 하사에게
“K하사 그 대검을 빼서 나를 한번 찔러봐라”
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K하사 왈
“제가 어떻게 대검으로 대대장님을 찌르겠습니까? 차라리 저를 찔렀으며 찔렀지 못찌릅니다”
하고 답하였다.
화가 난 대대장은 다시 화를 내며 다그치기를
“내 생각하지말고 내가 적군이라 생각하고 네가 한번 찔러 보란말야”
그러자 그 하사는 대검을 번쩍 빼어 들더니만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살려 주실려면 이 대검을 목검으로 변하게 하여주시고, 저를 죽일려면 대검으로 남게 하소서”
하면서 대대장을 응시했다.
대대장은 하도 어이가 없어 뭐라 이야기를 못하고 서 있다가 한참 후에 물러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런 순간의 임기응변이 있는 놈이라면 어느 전쟁터에 내놓아도 살 놈이야’ .....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정한 요령이 필요한 때가 있다.
앞, 뒤가 꽉막힌 사람보다는 조금은 여유가 있는 넉넉한 사람,
상대방의 약점을 넓은 아량으로 덮어줄 수 있는 가슴이 큰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일을 모두 빗 사이로 피해가는 사람처럼 야비하고 적당주의로 가득한 사람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응해 내는 사람이 오늘날 각박한 사회를 그래도 돌아가게 하는 매체가 되지 않을 까 한다.
지금 이 시간에 5주의 야수교 교육을 마치고, 더불백 메고 앞으로 2년간 근무할 부대를 찾아 떠나고 있을 큰놈이 군대생활을 '요령'있게 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