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귀환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사람들은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도 하고, '세월은 무정하다'고도 한다
2년전, 12월 5일
피덩이 같은 큰 아이를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에 놓고 나오면서 터져버린 집사람의 울음보에 동조하지 않으려고
먼 산만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던 그날이 엇그제 같은데
그날따라 이미 겨울에 접어 든 차가운 날씨는 낮 설고, 물설은 먼 타향 땅에 아들을 놔두고 오는 부모의 맘을 더 약하게 하였다
나흘 만에 집에 돌아 온 자식의 허물...
모자며, 신발이며 펜티까지 자연산은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집으로 다 돌아 왔었다
이미 식어버린 옷가지에 혹시라도 자식의 체온을 느낄까하여 부둥켜 안고 몸부림치는 아내를 보면서
같이 한 없이 통곡했던 세월이 엇그제 인데 참으로 세월 한번 빠르다
27사단 훈련소에 있는 5주 동안 아들에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이 편지를 보냈던 세월,
그리고 이어진 제1야수교에서 교육 받을 때 아들과 첫 상면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지휘관(박란기중대장) 만나 마음 여린 큰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그후 휴가와 복귀가 이어지는 동안 자식일 인데도 불구하고 집 떠난 자식의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큰 아이가 어깨에 푸른 견장을 차고 난 후에야 지난 추석 전날 면회를 다녀왔다.
자식을 왜 그리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병장 달고도 내무반에 들어가기 싫어 명절 전날 귀성전쟁을 치루며 전주를 내려가야 하는 부모 생각은 조금만치도 생각하지않는 걸보니 졸병 때 퍽이나 면회를 기다렸을 것이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달을 봐도 눈물이 나고, 보초를 서면 뒷산에서 부는 바람소리만 들어도 고향 생각이 났을 법 하다
동료들의 면회를 보면서 얼마나 못난 부모를 기다렸을까 그러면서 부모를 얼마나 야속하다고 생각 했을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대견스럽게도 하지만 면회 간다고 하면 잘 있으니 올 것 없다고 한 아들의 말을 곧대로 알아 들었던 부모라는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참..
아들이 돌아 왔다
강원도 산사로 출가했던 아들이 파계(破戒)하고 귀환한 것이다
자식이 집을 떠난 뒤 2년 동안 이런 저런 세월의 일들이 순간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자식한테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식 일인데도 불구하고 부모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자성의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도 마냥 자유로운 몸으로 놔두지 않는 자식의 앞길들....
복학 준비도 해야 하고,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제 또 하나의 고민으로 다가선다.
군대 가기 전에는 군대가 큰 관문처럼 생각되었던 것이
이제는 복학과 함께 취업을 걱정해야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군대는 사나이로 한번 거쳐 가야 하는 통과의례라면 취업은 영원히 자식을 세우는 일이기에 당사자의 생애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따라서 그동안 방심했던 맘을 되 찾아 학업도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 2중과제가 자식 앞에는 또다시 놓여 있다.
그동안 가슴 조렸던 2년의 세월,
자식에게 인생살이의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험란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군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안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