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드라마 '동이(同伊)' 이야기

goldenfiber 2010. 5. 30. 14:00

 

요즘 ‘동이’가 안방을 달구고 있다.


천민출신 무수리가 숙빈 자리에 오른 뒤,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올린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사극이다

주인공 동이(한효주 분)는 비록 희빈 장씨(이소연 분)의 천거로 무수리에서 감찰궁녀로 입지를 굳혔지만 숙종(지진희 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인들의 암투 속에서 정의 편에 서 인현왕후의 사가에서 명성대비(박정수 분)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누명을 쓰고 있는 인현왕후(박하선 분)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인현왕후는 왕후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동안 사극에서 장희빈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수없이 다뤄져 왔지만 금번 ‘동이’드라마는 장희빈에 이어 빈으로 간택된 동이 숙빈 최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며 드라마 안타 제조기라고 불리는 대장금의 이병훈 PD가 연출을 맡아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숙종은 본디 6명의 부인이 있었다

첫째 인경왕후는 딸만 셋 있었는데 모두 일찍 죽었고, 둘째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인현왕후 민씨인데 숙종이 자주 찾지 않았음인지 자식이 없었다

셋째 인원왕후 김씨도 나이든 숙종 탓인지 후사가 없었고, 그 다음이 당시 정국을 시끄럽게 했던 희빈 장씨, 그리고 주인공인 동이가 숙종의 승은을 입어 숙빈 으로 책봉되고 그 다음에도 명빈 박씨가 있었다


희빈 장씨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조선 20대 왕 경종이다. 남인과 함께 자식을 왕위에 오르게 하려고 온갖 방법이 동원되는데 그 과정에서 악명 높은 장희빈의 행태들이 나타난다. 경종은 4년 2개월 동안 제위 하는데 후사가 없어 자식한테 왕을 물려주지 못하고 사촌간인 동이의 아들이자, 숙빈 최씨의 소생인 연잉군이 왕이 되는데 그가 바로 조선 21대 왕 영조이다. 연잉군이 왕에 오르기까지는 노론의 피비린내는 나는 당파싸움이 이어지고 노론의 편에 선 둘째 계비 인원왕후의 전적인 지원이 있었다


최근 드라마의 시청율 상승과 함께 동이에 대한 책이 발간되었는데 김종성의 “최숙빈”과 이윤우의 “최숙빈의 조선사”가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에서 김종성 작가는 드라마와 달리 동이는 궁중에서 잡역을 맡은 여자 종인 천민 출신인 무수리가 아니라 궁녀 출신이고, 무수리라는 주장은 숙빈 최씨의 출신을 문제삼는 사람이거나 성공담을 과장하기 위해서 꾸민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또한 드라마 내용과 달리 명성왕후(숙종의 모)의 죽음은 장희빈의 잘못된 탕약의 원인이 아니라 마마에 걸린 아들 숙종의 병고 안을 하던 명성대비가 과로로 건강이 악화되어 42세의 나이에 급사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일관되게 모두 장희빈의 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장희빈 콤플렉스이며 장희빈을 악녀로 만들어 주인공 최 숙빈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설에는 숙종은 내심 명빈 박씨를 좋아해서 경종 뒤를 숙빈 최씨 소생인 연잉군보다는 명빈 박씨 소생인 연령군을 이으려고 했으나 연령군이 스무살 젊은 나이로 병사하자 연잉군에게 왕위가 승계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숙종은 드라마처럼 깨방정을 떨거나 가벼운 임금이 아니고 숙종이라는 임금칭호처럼 엄숙했고 위엄이 있었다고 사극의 대작가인 신봉승씨를 주장하면서 최근 흥미위주의 사극에 경계하고 있다

 

여하튼 영조는 어린 나이에 자신이 위치와 신분의 한계를 통감하고 침착과 현명함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숙빈 최씨의 교육과 그 행동이 천출소생의 왕자를 한 나라의 왕으로 등극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 후 영조는 51년 7개월 동안 제위하면서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는 탕평책을 폈으며 균혁법을 단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 속에서 왕위에 오른 영조건만 정작 두 왕비(정성왕후, 정순왕후)에서 자식을 얻지 못하고 왕위 이양에서는 자식과 갈등으로 인하여 영빈 이씨 소생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고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혜빈 홍씨 소생이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조선조 제22대 왕인 정조다

영조는 부인이 6명(일설에는 8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조선조 많은 왕들이 그렇듯 왕비의 소생이나 장자로 대를 잇지 못하고 형제간에 아님 숙질간에 왕위를 계승하는 예가 많았다

이는 왕후말고도 많은 후궁들의 소생에서 태어난 왕자들의 결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태조 이성계의 둘째인 2대 정종(방과)는 부인 8명에 자녀가 15남 8녀였고, 조선 3대 왕으로 등극한 태종(방원)은 부인 12명에 자녀는 12남 17녀 였다

물론 당시의 왕들이 많은 부인을 거느리게 된데는 솟아오르는 토호세력들의 야욕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드라마 회에서 숙종으로부터 장옥정이 숙원으로 책봉되는 축하를 받는데 숙원은 조선 내명부의 품계상 종 4품에 해당되는 벼슬(?)이고 소원(정4품), 숙용(종3품), 소용(정3품), 숙의(종2품), 소의(정2품), 귀인(종1품)이 있으며 왕후 다음인 빈은 정1품에 해당하는 품계이다

조선조 궁녀(내명부)의 품계는 정1품 빈에서 종4품 숙원까지를 내명부 내관이라고 부르는데 여기까지는 임금의 후궁이므로 맡은 일이 없고 실제 궁의 살림을 하는 정5품인 상궁에서 음악을 다루는 종9품 주변치까지를 내명부 궁관(궁녀)라고 부른다 또한 그 아래에 궁내 잡일을 맡아서 하는 무수리가 있었다


앞으로 ‘동이’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겠다. 다만 국사를 멀리 한 교육정책 상황에서 드라마가 너무 펙트보다 흥미 위주의 픽션을 앞 세우다보면 조선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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