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달임은 잘 하셨습니까?
김철모/시인
며칠 전 초복이 지났다.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 날, 삼계탕 집은 영양 보충을 위해 몰려 든 식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초복은 매년 하지로부터 3번째 경일(庚日)에 오고, 중복은 4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부터 첫 번째 경일에 온다. 따라서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다리를 놓고 있다. 하지만 해에 따라선 중복과 말복이 20알 간격으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이때를 '삼복더위'라고 하는 것은 1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가장 덥다는 대서까지 끼었다
특히 올 여름처럼 봄은 제대로 얼굴 한번 선보이지 않고 막 바로 겨울 끝자락에서 여름초입으로 건너 뛴 해는 유독 더위가 더 심한 것 같다
어릴적 생각이 난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골집 근처 시원한 쇠절골 계곡물에 등목을 나서기도 하고, 마을 뒤 저수지로 아이들과 헤엄치러 가기도 하고, 뒷산 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집 나온 바람을 기다려보기도 했다. 어머니는 이 뜨거운 여름날 멀리 부안 해창으로 모래찜을 떠난다고 아침부터 부산이다. 저녁에는 마당에 멍석을 펴고 일년에 몇 번 먹어보지 못하는 삼계탕으로 온 식구들이 마당에 둘러앉는다. 삼계탕이라야 고기 몇 점에 국물 한 그릇이지만 이른 봄, 암탉의 품에서 깨어난 노란 병아리에게 정성을 다해 모이를 주며 방사해 키워 살이 오른 닭은 여름을 나는 가장 중요한 보양식 임에 분명하다.
시원한 우물물에 미수가루 한사발로 부족한 여름 영양을 보충하던 음식이 그리 풍족하지 않았던 때, 우리 선조들은 개장국과 삼계탕으로 더위를 났다. 개장국에 대한 기록은 ‘동의보감’과 ‘농가월령가’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 하여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하고 우리 전라도에서는 밀전병이나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나고, 충청도에서는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福)을 빌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관리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한 겨울 한강에서 끌어 올린 얼음을 보관하고 있는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하기도 하였다. 복중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즐겼다 한다. 유달리 더운 올 여름, 모두들 복달임과 적당한 휴식, 그리고 적정한 운동을 통해서 더위 먹지 말고 건강한 가운데 가을을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2010년 7월 30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