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매경
김철모 / 시인
요즈음 삼복더위 속에 드라마 몇 개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필자는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간 나는 데로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월-화는 ‘동이’, 수-목은 ‘제빵왕 김탁구’. 금요일은 턴하고 토-일은 ‘전우’이다. 한때 업무적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관여한 필자로써는 드라마에 대한 흥미와 함께 줄거리 또한 즐기고 있다. 전 국민을 한때 바보상자와 극장으로 끌어 모았던 ‘불멸의 이순신’과 ‘프라하의 여인’ 드라마와 ‘왕의 남자’ 영화제작에 간접적으로 참여 했던 필자는 더욱 더 요즘 튀는드라마에 관심이 많다.
먼저 ‘대장금’의 이병훈 PD가 연출을 받고 있는 드라마‘동이’는 천민 출신 무수리가 숙빈의 자리에 오른 뒤, 그 악명이 높았던 장희빈의 갖은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고 자신의 아들을 임금으로(후에 영조) 올린 최숙빈이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사극이다. 당시대의 기존의 사극이 ‘장희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드라마는 철저하게 최숙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숙종으로 분한 지진희의 깨방정과 함께 흥미를 더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제빵왕 김탁구’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수없는 죽음의 고비를 이기고 천부적인 후각과 선한 마음으로 명실상부한 제빵인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으로 ‘동이’와 ‘제빵왕 김탁구’는 인생역전의 삶을 산 주인공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이에 반해 주말 드라마 ‘전우’는 비극적인 동족상쟁인 6.25한국전쟁을 무대로 펼쳐지는 전우애와 남북의 이념갈등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고뇌를 리얼하게 재현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은 드라마 내용이 사실이냐의 문제이다. 특히 사극에서는 드라마라는 특성은 망각한 채 모든 내용이 사실인양 받아들임으로써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오해가 가끔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 ‘동이’가 인기를 끌자 최숙빈에 대한 책들이 출간되었는데 저자들은 이 책에서 ‘동이’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 보다는 흥미위주로 엮어 간다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통상 펙트냐 픽션이냐의 문제인데 최근에 와서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하기위해 펙션을 쫓는 것이 대세인 듯 하다.
과거 귀가시계로 이름을 날렸던 ‘모래시계’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여로’, 작년에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 분)의 카리스마 넘치고 요염한 눈빛으로 믓 남성들의 애간장을 탄 적도 있었다. 유달리 더운 올 여름, 드라마를 보며 비록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 않지만 밝은 날을 생각하면서 더위와 쪼달린 살림살이를 잠시 잊었으면 한다
2010년 8월 19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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