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12월 이때즈음이면

goldenfiber 2010. 12. 10. 13:30

 

12월 이때 즈음이면

김철모/ 시인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하긴 대설이 지났으니 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12월 이때 즈음이면 4년 전 12월초 어리게만 생각되던 큰 아이를 101보충대에 놓고 돌아 나와 춘천에서 집에 올 때까지 한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훈련소에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그해 12월 한달 동안 ‘이등병의 편지’를 수없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제대하고 복학하여 어렵다던 직장에서 당당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새로운 공부를 열심히 하며 살아가는 큰 아이지만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내내 가슴 조렸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 놓고 맘 편한 사람이 있겠는 가

 지난 달 23일, 청천병력 같은 북한군의 갑작스런 연평도 포격은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수 많은 사람들을 피란민 아닌 피란민으로 만들었다. 특히, 뜻하지 않은 포격으로 인하여 유명을 달리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희생은 군대에 자식을 보낸 수많은 부모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또한 자식을 잃은 서 하사와 문 일병의 부모는 가슴에 아들을 묻어야만 했다. 말년휴가를 앞둔 서정우 하사는 휴가 나가는 날 날씨가 좋아 편안한 뱃길을 고대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고, 지난 8월에 입대한 새내기 신병 문광욱 일병은 조국을 자신이 지겠다는 각오로 해병대에 입대한 대한의 아들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군인 자식을 둔 부모들이 모두 마음 아파하는데 이 두 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이런 일이 없어도 찬 바람이 부는 이 때 즈음이면 군대간 아들이 눈에 밟혀 따뜻한 밥을 먹을 때에도, 아늑한 잠자리에 들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 부모의 마음이니 이번 사태를 보는 군대간 자식을 둔 부모들을 모두가 불안했으리라. 사건이 터지던 날 군대 간 아들한테 연락이 오지 않아 마음 조렸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난 번 천안함 사건으로 국민들의 가슴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 터진 연평도 포격은 우리나라 영토에 직접적인 타격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도발을 접하면서 비록 지금은 자식을 군에 보내고 있지 않지만 곧 뒤를 이을 작은 아이를 생각해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다. 찬 바람이 제법 부는 12월, 훈훈한 고향 소식이라도 전하면서 군대간 자식의 목소리라도 확인하고 따뜻한 연하장 같은 편지 한 장 보내면 어떠할까 생각 한다.

 

2010년 12월 9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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