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산다는 것

goldenfiber 2011. 6. 14. 20:32

 

2011년 6월 14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산다는 것

김철모 / 시인


아파트의 넝쿨장미가 성급한 여름을 맞이하면서 정열의 웃음을 띠우며 5월의 담을 넘어 6월을 또다시 넘고 있다. 요즘 며칠사이 결혼예식장과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새롭게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또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엊그제 친구 딸 결혼식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참석하여 축하하면서 만감이 교차됨을 느꼈다. 결혼한 지 엊그제라고 생각하는 필자도 아이들이 벌써 훌쩍 커 버리고 결혼 27년차를 맞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결혼식장의 혼주석에 앉아있는 친구를 보고 있노라니 벌써 이렇게 많이 세월이 흘렀구나하는 감회가 새롭게 다가섰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이제 개시 했으니 필자 역시도 몇 년 안에 품안의 자식을 내 놓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이 어찌 지난날의 일들이 감회가 새롭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한참 행복해야할 가정의 중심체이자 배우자이며 어린 아이들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망연자실한 직장 동료의 모습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또 다른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지금부터 18년 전 어린 조카 두 남매를 놔두고 당시 48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셋째형의 모습이 불연 듯 교차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동안 형수의 많은 고생 덕택에 조카들이 잘 성장하여 한시름 놓고 있지만 새로운 배우자를 맞이하여 만인 앞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결혼식과 그동안 정들었던 배우자를 많은 조문객의 애도 속에 떠나보내야 하는 장례식의 혼재된 시간은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통과의례하고 하지만 그중 배우자와 이별은 그 어느 일보다도 슬픈 일일 것이다. 더구나 80평생을 살아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요즘 우리나라 수명에 비춰볼 때 40대 후반에 요절은 주위사람은 물론 가족에게는 너무나 큰 슬픔이자 배우자로써는 억장이 무너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혹한 충격일 것이다. 더구나 세상물정 모르는 초등학교 4학년 늦둥이 딸을 보면서 18년 전 아빠와 이별의 충격을 입었을 조카들의 전율이 필자에게로 다가서고 있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평소 우리가 잊고 사는 가족과 건강, 정말로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는 건강의 진리를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한번 새 출발한 친구 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먼저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떠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남은 유족들이 슬픔을 하루빨리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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