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일 전라일보 15면,'젊은 칼럼'
넝쿨장미는 6월의 담장을 넘고....
김 철 모 / 시인
아파트 울타리마다 붉은 넝쿨장미가 화려한 외출을 하고 있다. 이는 더위가 다가섰음을 예고 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예전 같으면 그래도 5월 말까지는 그래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어찌된 날씨인지 4월까지 추운 겨울 팔을 쭉 뻗고 있더니만 우리도 모르게 바로 여름에 살짝 인계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이러니 4월부터 탄력받은 성급한 여름날은 7월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만종을 앞두고 그 빛을 발하면서 붉게 핀 넝쿨장미가 어물쩡하게 6월의 담장을 넘듯 그 위세를 떨치고 있고, 장롱 속에 있는 봄옷들은 아예 바깥세상을 구경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여 그 색이 바래고 있다. 특히 금년 봄은 유독 추웠다가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인해서 매화부터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봄꽃들이 함께 합창을 하면서 올 여름 더위를 예고한 적이 있다.
이런 현상을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라고 하기도 하고 그 원인을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의 덕이라고 한다.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돌아가야 하는 발전소나 길거리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내 품는 뜨거운 공기와 탄소가 과다하게 배출되면서 이것이 곧 지구 오존층을 망가뜨려 지구를 덥게 하고 있다. 더구나 전주의 경우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하면 대구나 영천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그 도시의 영예를 대신 꿰차고 자랑스럽게 버티고 서 있으니 전주가 하루빨리 그 불명예를 버려야 할 판이다. 어떤 사람은 아파트 개발이 바람 길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하튼 도시 확장에 따른 도시주변의 산들이 하나 둘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들이 더욱 전주의 열섬효과를 부채질하고 있으니 도시숲 조성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다보니 일찍이 찾아 든 더위는 아마도 9월까지는 고집스럽게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고 더구나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제아래 사무실 온도를 28도까지 유지한다고 하니 창문이 거의 없는 필자의 사무실 구조상 올 여름도 찜질방에서 근무해야 할 판이다. 더욱이 그동안 잘 견디어 오던 여름 더위도 이제는 몇 해 전부터 여름나기가 힘에 겨워지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체질도 바뀌고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임을 체감하고 있으니 6월을 넘는 넝쿨장미가 단순히 보기 좋은 풍광보다는 여름나기를 걱정케 하고 있다. 한참 넝쿨장미가 6월의 담장을 넘는 이 시점, 그 넝쿨장미가 장미정원처럼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기분을 느낄 그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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