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0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가뭄을 적실 단비는 언제나 오려나...
김 철 모 / 시인
요즘 가뭄으로 모두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뭄은 대체로 두 가지로 보인다. 그 첫째는 하늘에서 내려야 할 비가 예년 같지 않아서 농민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우선 모내기는 해결되는 듯 하지만 당장 심어야 할 고구마며, 콩이며 파종해야 할 밭작물이 걱정이다. 기상청에 다르면 금년 강우량은 예년의 60%수준에 불과하고 저수율 또한 형편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쩍쩍 벌어지는 저수지 바닦마냥 우리 농민들의 가슴도 쩍쩍 갈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릴적 고향에도 가뭄이 심해 모내기를 포기한 채 모 한포기씩을 심고 물주고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필자는 집일에 일손을 돕고 있었는데 여기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웃에 있는 작은 연 방죽에서 질통으로 물을 길어 날라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방죽주인이 나타나 자기 네 논에도 모를 심어야 한다며 물을 못 퍼가게 가로막을 때는 한동네 같이 산다는 의미도, 날마다 마주치는 이웃사촌도 남남이 되는 냉정한 현실이 되던 때가 있었다. 그것도 어려우면 논에다 벼대신 가뭄에 잘 산다는 메밀을 갈아 가을에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가뭄도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어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어느 해, 당시는 수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보통 3단 또는 5단양수를 하는 등 한해대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을 때, 정작 비가 쏟아져 해갈이 되자 면사무소에서 빌려간 양수기는 수로 물에 잠겨 처박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몰라하는 농민들 때문에 동료들과 그 비를 다 맞아가며 양수기를 인양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농민들이 야속했던지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두번째 가뭄은 아무래도 돈 가뭄이다. 그나마 매월 정액으로 임금을 받는 봉급쟁이를 제외하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추락한 지역경기로 엄청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비록 우리 지역만의 일은 아니지만 지역경제가 약한 지역내 택시 운전원, 소규모 음식점등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에 내리지 않는 돈 가뭄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날씨까지 빨리 더워진데다가 더구나 이 두 가뭄이 겹치다보니 사람들의 인심조차 야박해지고 작은 것에 인상을 붉히며 큰소리가 나는 빈도가 잦아지는 듯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기우제(祈雨祭)라도 지내는 묘안이라도 있지만 우리의 호주머니의 돈 가뭄은 이를 두툼하게 하는 마땅한 묘안이 없으니 이둘 중 돈 가뭄이 더 딱해 보인다. 이 두 단비를 내리게 하는 기우제는 과연 없는 것인지 더 더워지는 날씨에 마음만 답답하다. 우리 마음의 여유를 갖게할 단비는 과연 언제나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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