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나면 잠시나마 업무를 잊고 재충전할 수 있어 몸도 마음도 가뿐해집니다. 가을 정취가 만연한 요즘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됩니다.(웃음)”
‘공무원 시인’으로 알려진 김철모(52) 전북도청 서기관이 최근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올해로 33년 째 공직에 몸담고 있는 김 과장은 지난 2007년 ‘설중매 문학상’ 시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계간지 ‘한국문학세상’에 지속적으로 시를 소개하고 오고 있는 한편, ‘대한민국 베스트 작가상’, ‘대한민국 디지털 문학대상’ 등을 연이어 수상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사단법인 한국문학세상이 선정하는 ‘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 문학대상’에서 시문학 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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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인으로 알려진 김철모(52) 전북도청 예산과장이 최근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올해로 33년 째 공직에 몸담고 있는 김 과장은 지난 2007년 ‘설중매 문학 시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
공직자이자, 시인, 사진작가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지난 주말, 도청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과장의 책상 위에는 수많은 결재 서류와 함께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쌓여 있었다.
그는 “시를 쓸 때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며 “독자가 읽었을 때 친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적은 ‘어머니’란 시는 제 또래 부모를 여읜 분들이 많이 읽고 울었다고 합니다.
‘내가 느낀 감정을 그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시를 쓰게 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그는 “어떤 현상을 보고 드는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게 즐거웠다.”며
“나이가 들수록 기록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많은 문학 장르 가운데에서도 유독 시에 주목한 이유는 짧은 단어 속에 내포된 함축미의 매력 때문이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동안 불필요한 껍질이 벗겨지면서 최종적으로 남은 알맹이를 가지고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 바로 시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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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학 장르 가운데에서도 유독 시에 주목한 이유는 짧은 단어 속에 내포된 함축미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 최종적으로 남은 알맹이만을 가지고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
공무원 시인이란 타이틀이 간혹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는 그는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누가 먼저 글로 옮겼느냐의 차이다.
단지 제가 먼저 글로 옮겼을 뿐”이라며 멋쩍은 듯 웃는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온갖 것들이 시의 소재가 됐다.
일하는 동안 경험한 것들을 틈틈이 메모해둔 것들도 도움이 됐다.
그렇게 완성된 그의 시집에는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생활이 담겨 있다.
지난 2008년 처음 펴낸 ‘그리운 고향, 지사리’는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작품이다.
두 번째 시집 ‘또 하나의 행복’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노래했고, 3년 만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봄은 남쪽바다에서 온다’는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서정적으로 엮었다.
막 출간된 시집의 첫 장을 들춰보자 ‘어머니 떠난 지’라는 제목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와 막내인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고인에 대한 사모곡을 애절하게 표현한 시다.
시집은 가족과 고향을 1부로, 봄·여름·가을·겨울 등 4계절을 2부로, 여행을 3부, 믿음을 4부, 사람 사는 세상과 삶을 5부로 엮었다.
서민들에게 익숙한, 살아가는 이야기가 소소한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그의 섬세한 태도를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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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인생의 새로운 투자이자 자기 인내이고, 자기감정의 표출”이라며 “이 시간이 제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
시인으로 변신하면서 달라진 점도 많다. 우선, 세대 차이를 느꼈던 젊은 공무원들과 ‘시’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는 “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화제를 이끌어가게 되면서 대화의 범위와 관심도 확대됐다.”며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더 많은 소재를 발굴하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량도 한층 늘었다. 그는 “시를 쓴 뒤로는 수시로 시집을 갖고 다니게 된다.”며 “시집이 작고 휴대하기가 편리해서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들게 된다.
독서량이 많아지니 세상을 보는 시각도 더 넓어지더라.”며 가볍운 미소를 건넨다.
그런 그가 요즘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업무만 해도 바쁜 사람이 언제 그렇게 많은 시를 썼느냐.’는 말이다.
이에 김 과장은 “시간이 남아서 시를 쓰는 게 아니다. 시간은 쪼개면 쪼갤수록 많아진다. 그 쪼갠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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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작가로 기억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
이어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인생의 새로운 투자이자 자기 인내이고, 자기 감정의 표출이다.
이 시간이 제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잠시나마 업무를 잊고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게는 시가 곧 휴식이요, 시를 쓰는 시간이 곧 재충전의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의 롤모델은 서정 시인 용혜원이다. 그 때문에 그는 ‘소녀 감성을 가진 중년’이란 말도 많이 듣는다.
“용혜원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면 ‘같은 단어라도 어쩌면 이리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감탄을 하며 읽게 된다.”는 그는
“아름다운 문구들을 보면서 가끔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이 또 하나의 자극제가 돼 다시금 펜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시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작가로 기억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고향’이나 ‘어머니’ 같은 소재들은 언제나 문학으로 거듭나 삶을 풍요롭게 한다.”며
“제가 꿈꾸는 진정한 글은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글일지라도 세월이 흐를수록 완숙미가 넘쳐 정감이 묻어나는 글이다.
앞으로 전주비빔밥처럼 비벼서 감칠 맛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