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지금

아버지 산일

goldenfiber 2017. 4. 16. 21:34












 아버지 가짜 수의 벗기는 날

아버지 작고하신지 10년을 맞아 사초를 하였다


당신이 생전에 고르고 골라 만들고 들어 가신 자리이지만

3년 전 어머지 이장때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수의를 입고 계신 어머니를  수습하는데 많은 애로가 겪었던 우리 가족

죄지은 마음으로 아버지 작고 10년을 기다려 번거롭지만 불가피 사초를 강행 했다 

아버지도 예상했던 대로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수의로 찡찡 감긴 상태에서 10년을 지냈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버지가 입고 계셨던  수의는 어머니가 생전에 당신의 것과 아버지 수의 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당신 손수 짓겠다하여

단골 포목점에서 믿고 삼베를 떠다가 수의를 지었건만

당신도 아버지도 사초하기 전까지 폴리에스테르에 감싸여 음택에 누워 계셨던 것이다.


인간이 마지막 가는 날 입는 옷, 수의


수의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철저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이 시대에서 사라져야 할 또 하나의 적폐이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아버지를 싸고 있던 가짜 삼베 수의를 제거하고 부활절에 편안히 모셔서 다행이고 감사할 뿐이다.

더구나 차제에 둘레석 상단도 하나 더 올려 부모님의 음택을 잘 정리하였다.


그동안 이런 아버지를 곁에 두고 보고 계셨던 어머니는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생각해보면 우리 맘도 짠하다

아버지께 그 수의를 해 드렸던 어머니도 이제 발 뻗고 주무시게 되었으니 두 분다 기분 좋은 날이 되었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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