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堂峰 문학활동

능소화(자치광장1710호)

goldenfiber 2017. 10. 12. 15:18


능소화

 

벌써 담장 너머로

달려 나가는 애정의 한숨

 

오늘은 오시려나

지쳐가는 기다리는 마음

 

손가락 하나 꼽고 긴 밤을

손가락 둘 꼽고 뜬 눈의 긴 밤을

손가락 또 하나 꼽고

새 하얀 밤 지새우는 심정

 

님 그리는 간절함이

목 메여 우는 그리움이

하루하루 셀 때마다

몸은 굳어만 가고

 

가려린 긴 목 빼고

기다리던 그 자리

담장에 한 팔 뻗고

자리 잡아 뿌리 내리고

님 부르는 나발대 모양

하나 둘씩 꽃으로 피어 나네

 

남들은 내속을 알까

곱다고 하지만

이내 몸은 이미 망신창이

붉게 타오른 이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