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기억
익산부시장 김 철 모
5월은 12월만큼이나 다사다난하다. 가정의 달이자 사랑의 달이고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입양의 날, 유권자의 날, 스승의 날,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 등 한 달 중 13일이나 기념일로 즐비하다. 그중 가족에 관련된 날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5월이 계절적으로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광주민주화 운동처럼 우리에게 아픈 상처로 기억되는 달이기도 하다. 영어로 5월은 May이라고 하지만 may는 청춘이라는 뜻도 있으니 5월은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다양한 기념일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5월은 의미 있는 계절임에 분명하다.
5월이 되면 필자에게 기억되는 단어는 가족, 부모님, 고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인지 필자의 시에는 5월이 자주 등장하고 또 고향이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시 주제가 많은 편이다. 5월이 어찌 필자만의 가족사이겠는 가. 독자들도 5월이 되면 먼저 부모님이 생각 날거고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필자의 보모님은 두 분 다 5월에 가셨다. 세상을 뜨신 연도는 다르지만 어머니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4년 먼저 가셨고 아버지는 3년 후인 11년 전 2007년에 세상을 등지셨다. 두 분 다 90세 넘은 연세였지만 자식으로서 아쉬움이 많은 건 사실이다. 예부터 ‘효도를 하려거든 살아생전에 다 하여라. 돌아가신 후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는 부질없는 일이다’라고 한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한 자식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당신이 가신/ 10년 전 5월에 맞춰/ 아버지 곁으로/ 어머니가 이사 가는 날/ 비록 서당봉 자락/ 몇 걸음 사이지만/ 그 거리는 멀고도/ 멀었을 것이기에/ 아버지 마련하고/ 아버지가 먼저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는/ 두 분의 음택으로/ 지난 120개월 동안/ 홀로 적적했을 어머니/ 이제 다시/ 그리도 그리던 아버지 만나/ 나란히 눕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십니까?/ 삼천육백오십일/ 이제라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아버지 곁에 있게 되니/ 얼마나 좋으십니까?/ 어머니 이사 가는 날/ 당신이 뿌려 놓은/ 8남매 자식새끼들 모여/ 당신의 영면을/ 다시금 기원해 봅니다. 이상은 필자 시집 4권 ‘꽃샘추위에도 꽃은 피고’에 실린 ‘어머니 이사 가는 날’이라는 시이다.
그래서 지금도 울타리에 빨갛게 피어 있는 장미를 보노라면 어머니가 생각나고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에서 감꽃이 떨어질 때도 어머니가 생각난다. 새로운 터전 경덕재에 장식용으로 모아 둔 장독을 보면 어머니가 또 생각난다. 사람마다 5월의 기억은 다 다를 것이다. 태어난 환경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 지금 처해 있는 자신을 뒤돌아 보다보면 과거를 기반으로 하는 기억은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필자는 5월을 맞는 진통이 다른사람보다 심한 사람이다. 그리고 5월의 기억은 기쁨보다는 애잔함이 더 묻어나고 미래보다는 과거로의 회귀성이 더 강한 듯하다. 5월의 기억, 그 기억을 다시금 커나갈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살며시 입가에 웃음이 녹아내리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래야 5월의 기억이 자신의 뿌리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하지 않겠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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