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9에 띄우는 편지

goldenfiber 2020. 10. 4. 21:03

9월에 띄우는 편지

 

김철모(시인, 전 익산시부시장)

 

초유의 긴 장마가 이어질 때도, 35도를 넘는 장마의 뒤끝이었던 폭염에도 우리가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버티어 왔던 것은 바로 너, 9월을 지척에 두고 있음이었다. 그간 이런 저런 어려움으로 지친 우리 국민의 정신과 몸을 잠시 맡겨둘 9월이 있기에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9월아! 매년 만나는 너지만 올해 9월은 1년을 기다렸어도 지루하지 않았고 다시 만나게 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구나.

 

새해벽두부터 불었던 코로나(COVID-19)광풍은 떠나야 할 곳을 잊은 채 우리 곁에 아직도 머물고 있다. 누구하나 반기는 사람도, 가까이 하려는 사람도 없건만 그들은 사람들과 벗 삼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단다.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가족끼리 만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꺼리는 상황에서 국내여행 또한 어디도 갈 수가 없으니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도 감정도 다 매 말라가는구나. 예년 같으면 년초부터 논밭 갈고 비료 뿌리고 제초작업을 통해 한 아름 거둬들인 풍성한 결실의 꿈을 꾸고 있을 농민들의 시간이었을 지금,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으로 이어지는 태풍의 강짜는 코로나로, 장마로, 폭염으로 지친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서민경제는 바닥을 친지 오래고 정부가 맘먹고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겨우 급한 환자에 링거정도 밖에 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금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는 그나마 힘겹게 숨 쉬던 자영업자의 기도를 더욱 압박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조금 진정기미가 있었던 역병은 22천여 명을 넘어섰고 아까운 국민의 생명은 벌써 350여명이나 넘게 우리와 운명을 달리했다. 경제를 걱정한 나머지 손 내민 정부의 섣부른 유화정책과 목회의 힘을 빌린 일부 종교단체와 일부 단체의 분별없는 집회가 화를 더욱 키웠다. 여기에 집값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루더니, 그 누구는 수신제가(修身齊家)문제로 또 가진 권한이라고 마구 휘둘러대는 칼춤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또 그 누구는 정부가 자신들의 의사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길거리로 뛰쳐나가 그나마 답답한 국민의 눈과 귀를 진이기고 있으니 이래저래 서민들만 어떻게 살아 가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9월아! 네가 이 모든 것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너 9월에게 바란다. 네가 가진 선선한 바람으로 국민의 땀을 식혀 하얀 이슬로 맺게 하고,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으로 알찬 결실을 얻게 하는 너의 신통력을 기대하고 있다. 결실의 계절 전령사 9월아! 너의 매력에 빠져 있는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리지 말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게 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시달리고 있는 역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또 나타날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도 무사태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여기에 세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대로 보지 못하는 위정자들이 오직 국민의 목소리를 크게 듣고 국민들만 바로보고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혜안을 열어주는 지혜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말에 이어질 추석연휴가 모처럼 가족 상봉의 기회가 되고 조상을 기리며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겠니? 또 그래야만 축 처진 서민경기도 다시 살아나 영세서민들도 한번쯤 웃는 날이 오지 않겠니? 9월아! 너의 활약을 기대해 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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