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내장산의 자존심을 찾자
김철모(시인, 정읍문학회장)
내 고향에 내장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 그만큼 내장산은 필자에게 추억도 많다. 수없이 찾았던 산이고 내장산 종주하다가 길을 잃고 고생하다가 저녁이 되고서야 하산한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집안 탈곡 하는 날임에도 동네 형들과 약속한 내장산을 가고 싶어 줄행랑 쳤다가 평소 좀처럼 화내지 않으시던 아버지한테 되게 야단을 맞은 추억이 있다. 고향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종종 내장산을 찾고 엊그제 주중을 이용해서 내장산을 찾은 필자는 피크임에도 과거와 달리 한산한 내장산을 걸으며 과거 정읍 시내가 북적북적했던 그때 상황을 연상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내장산은 예로부터 지리산과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혀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내장산이 조선 8경중 하나이고 남금강(南金剛)이라는 별칭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만큼 내장산은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특히 단풍은 한국에서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1971년 22개 국립공원 중 8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내장산은 가을이면 인산인해를 이뤄 시내에서 내장산까지 차량행렬로 꼬리를 물고 있었고 관광객으로 내장산 상가는 물론 정읍시내 상권을 좌우할 정도 였다.
그러던 내장산이 언제부터인가 내장산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고 그 화려했던 옛 명성도 간 곳이 없다. 몇 가지 통계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90~99년간 년 평균 국립공원지역 입장객 통계를 보면 북한산이 3,370천명, 설악산 3,056천명, 지리산 3,041천명인 반면 내장산은 1,228천명에 불과하다. 또한 전북도가 집계하고 있는 도내 주요 관광지점별 숫자를 보면 2018년 기준 선유도가 3,078천명으로 가장 많고 모악산(완주) 2,446천명, 선운산 1,973천명, 지리산(남원) 1,472천명, 남원관광지가 1,361천명인 반면 내장산은 1,051천명에 불과하고, 2019년에는 선유도가 2,974천명, 모악산(완주) 2,791천명, 선운산 1,958천명, 지리산(남원) 1,622천명, 벽골제 1,398천명, 남원관광지 1,103천명인 반면 내장산은 992천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 들어선 2020년 상반기 통계에서는 선유도 1,315천명, 모악산(완주) 613천명, 남원관광지 457천명, 지리산(남원) 410천명, 미륵사지 387천명, 내장산 313천명, 순창 채계산 281천명, 선운산 154천명으로 집계되었다. 결국 내장산이 이웃 선운산보다 관광객 숫자가 적다는 것이고 최근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나 김제 벽골제보다 못하고 순창 채계산에 쫓기는 형국이 되었다. 국립공원공단이 조사한 인지도 면에서도 지리산과 설악산이 1위,2위를 차지한 반면 내장산은 5위 안에도 랭크되지 못했다.
이처럼 관광객 방문 숫자를 보더라도 관광취향이 변하고 있다 것이 나타난다. 과거와 달리 명성보다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체험거리가 중요시 되고 있다. 따라서 명산, 내장산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읍시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숙박시설, 연계 관광 문화시설, 무성서원 등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등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서는 예전의 내장산의 명성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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