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출가를 위해 머리를 갑자기 깍았다면 어떠하겠는가
큰 아들이 머리를 밀고 왔다
범인(凡人)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뒤로 하고
새로운 세상, 같은 뜻을 한 사람끼리 육체적 고통을 나누고, 정신적 수양을 쌓는 곳을 찾아서
멀리 떠나기 위해 머리를 깍았다.
그렇다고 우리의 세상이 결코 오염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세상에 가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거기에서 얻어진 진리와 지혜와
육체적 성장이 지금 이세상에 다시 복귀했을 때 피가 되고 뼈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덥수럭한 머리가 그리 보기 좋지 않았던 촌놈으로서는
몇번이나 단발령(斷髮令)을 요구했던 터라 그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정작 삭발하고 나타난 자식을 보니 어쩐지 맘이 울적해진다
다른 애들은 머릴 깍으면서 눈물을 흘린다던데
우리네 자식은 몰인정한 것인지,
슬픔을 가숨에 묻어 둔 것인지,
약해지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인지
평상시 처럼 아무런 반응도, 표정도 없다
과거에 우리의 삭발은 대단한 각오를 나타내곤 했다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민주화의 선봉을 지켜내기 위해
굳은 약속으로 삭발하고 그 의지를 불 태웠다.
물론 이것만도 대단하다
옛날이야 국가에서 영장이 나와야만 입대를 준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스스로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자원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가까운 논산훈련소도 놔두고
멀리 춘천 행을 택했으니 더욱 더 그렇다
여하튼 이번 출가(出家)로 인해서 부모와 친한 친구와 떨어져 있는 기간이겠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동안 본인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님이 되기 위해
세속을 떠나는 사람들의 각오만큼은 모자라더라도
2년 뒤
지금의 세상에 돌아 왔을때 적응하고, 살아 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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