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아들과 이별

goldenfiber 2006. 12. 5. 21:22

 

오늘은 아들과 이별하는 날입니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눈물이 앞서는 것은 아직도 군대라는 곳이 그리 사람살 곳이 못되나 봅니다

 

아들과 이별을 위해 새벽 6시에 집을 떠나 무려 350키로를 달려야 했습니다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중앙고속도로를 넘나들어

달려간 곳

 

강원도 춘천하고도 102보충대

 

걱정많이 했던 날씨는 다행이 하늘이 보우하사

영동고속도로에 약간 비치던 눈,비를 감추고

며칠 전 올 겨울을 예고 했던 추위도 많이 무디져 다행입니다

 

오후 1시에 집결하기 전

친구들과 하루전에 멀리 이곳 춘천까지 미리 와 있던 아들과 상봉하여

마지막(?) 오찬을 춘천의 대표음식인 춘천 닭갈비와 함께 하였습니다

 

 

 

아들은 '아직도 한시간 이나 남았는데...'라는 말을 뒤로 하고

애비는 집결부대인 102보충대로 서둘러야 했습니다

혹시나 늦게 도착하여 위병소에서 아들이 혼나지나 않을까 해서....

 

이렇게 당사자인 맘과

애비의 맘이 다른 가 봅니다

 

오늘따라 입소된 장정들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장정보다 대여섯배는 가족들이 더 많았습니다

 

 

 (보충대 앞에서)

 

간단한 입소식이 있는 순간

아들과 집사람은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손을 붙잡고 서로를 위안하고 있는 모습을 봐야하는

애비의 맘은 이미 솟아 버린 눈물을 감추려고 애써보았지만 이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그러면 얼마나 당사자는 맘이 아플까

 

아들은 그럼니다

'엄마!  나 우는 모습 보여주지 않을 래

나중에 만나면 바보같이 왜 울었냐고 놀릴  것 아니야?"

그러는 자식의 눈은 속으로 이별의 슬픔을 애써 지우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간단한 입소식이 마쳐지고 장정들을 앞으로 불러 세웠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조금만 더 부모 옆에 있다가 가리라는 기대감을 여지 없이 구기고 말았습니다

중대장의 선창에 따라

"부모님 안녕이 돌아 가십시요

  저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 부모님을 찾아 뵙겠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장정 대열에 합류해 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아들이 야속했지만

애비는 아들의 맘을 다 압니다 

끝까지 지 부모 앞에서 이별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다짐이라는 걸 말입니다

 

다시는 우리를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대열에 묻혀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졌습니다

 

'나쁜 놈'

'한번이라도 돌아보고 가야지'

 

집사람은 그 순간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대열을 지어 실내 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아들의 흔적을

찾으려는 아무리 노력 했건만 우리의 노력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금요일쯤이면 근무할 사단이 정해 질거고

다음 주부터는 해당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5주의 소정 군사교육을 받을 것이고

그리고 운전병 특기병 훈련을 또 받을 것입니다.

 

보충대 대대장과 관계 장교들은 걱정마라고 합니다만

 

이번 주에 대설이고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추운 강원도 지역인지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계절에 군 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이

솔직한 애비의 심정으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아들아 !

 

부디 몸 건강하게 훈련 잘 이겨내고

군 생활 열심히 하기 바란다

 

우리 아들은 잘할 거야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은 믿는다.

 

(06. 12. 05)

 

 * 강원도에서 참았던 눈물은 집에 돌아와 아들 방의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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