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군대 간 아들 옷소포 오던 날

goldenfiber 2006. 12. 8. 23:12

 

어제부터 내리던 겨울 비가 오늘은 빗방울이 더 굵어져 을시년 스럽습니다.

 

집 떠난 지 사흘만에 아들의 허물이 도착 했습니다

그 옛날 형들의 옷 소포가 도착했을 때 그 보다리를 붙잡고 어머니가 통곡하던 그때가 생각 납니다

 

이미 차디찰대로 차디차버린 아들의 옷에서 혹시나 해서 아들의 체온을 느낄까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고 부단히 얼굴에 비벼 보지만 뻣뻣한 자식의 옷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입대한지 이틀만에 이 보따리를 싸면서 속으로 울고 있었을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또 다시 앞을 가립니다

 

신었던 신발부터 속옷까지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집에서 가지고 갔던 굴레를 벗으려는 듯

몸만 빠져 나간 바로 그 자취였습니다.

 

오전에 사무실에서 소포가 도착했다는 우체국 집배원아저씨의 전화를 받는 순간

갑자기 멍하니 창밖만 봐야 하는 애비의 맘이

102 보충대에서 이별하고 돌아온 이후 잠시 쉬었던 눈물샘을 다시 솟게 합니다.

 

관리사무소에 소포를 맡겨 달라고 부탁한 애비는

소포 보면 또다시 터질 아내의 울음보를 피하기 위해 남몰래 가져 가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오후 1시가 넘어 육군 사이트에 들어가 ARS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들이 앞으로 2년간 근무할

부대를 알아 냈습니다

 

춘천에서 북쪽으로 위치에 있는 화천군 27사단이었습니다

 

오후내 잡히지 않는 손길을 계속해서 27사단이 어떤 부대인지 검색하고

혹시나 면회라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신없이 찾아 봅니다

 

 

 

집에 돌아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에서 소포를 남몰래 수령하려던 것이

관리사무소의 친절한 아저씨 안내 덕분에 아내가 그걸  알고 그걸  찾아 오랍니다

 

소포가 집에 도착하자

이내 아내는 만사를 저쳐놓고 그 박스 먼저 개봉합니다

 

 

 

제일위에 신고 갔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걸치고 갔던 작은 가방이 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려갈수록 아들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양말이며, 펜티며

입고 간 남방과 겉옷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쌓여 있습니다

그 순간 개봉부터 울던 아내는 울음보를 제대로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옷가지 이것 저것을 뒤저기다가 중요한 걸 하나 발견 했습니다

다름 아닌 포장했던 박스 안쪽에 아들이 몇자 적어 놓은 편지 아닌 편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부모님, 빠른 시일내에 편지 쓰겠습니다

아무 걱정 하지 마세요

보고 싶습니다"

 

그 정황에 걱정하는 부모가 생각났나 봅니다

그 글을 읽는 우리부부는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나흘만에 102보충대에서 짐싸고, 27사단 신병교육대로 실려 가던 날

자식의 옷 소포를  받아본 부모의 맘이 어쩔지 자식은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병교육대로 실려가는 트럭안 아들의 심정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동기들과 같이 이동하기 때문에 첫날보다는 두려움이 많이 가셨겠지만

물도, 산도, 지명도 설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속으로 달리는 트럭 속에서

출가를 위해 삭발할때 다짐하고 다짐했겠지만

집생각, 부모생각, 동생 생각, 친구 생각이 저절로 났을 법 합니다

 

앞으로 신병교육대에서 5주간의 군사 기초 훈련을 받고 야수교에서 운전교육을 2주정도 받아야 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강원도라 더 더욱...

 

저녁 뉴스 일기예보에 강원 산간지방은 비가 눈으로 변해 저녁에 대설경보를 내린다 하니

큰 놈이 그동안 제대로 구경못한 눈구경 한번 제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몸 건강히 신병 교육과 야수교에 가서 교육 잘 마치고 2년간 근무할 자대 배치 잘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신병 교육대에서 날아 올 자식의 편지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집은 또 하나의 일과가 생겼습니다

부지런히 아들이 근무하게 될 부대에 대해서 이곳 저곳을 검색해야 하는 일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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