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국군장병 아저씨께

goldenfiber 2007. 1. 5. 20:58

 

국군장병 아저씨께

 

국군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정읍 영원국민학교 6학년 1반 김철0 입니다

 

추운 날씨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저희는 국군장병 아저씨께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죠? 눈도 많이 내리구요

우리는 날씨가 추우면 겨울방학을 하는데

국군 장병 아저씨께서는 추운데도 쉬시지도 못하고 우리나라를 지키느랴 고생하시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중략)

 

조금 있으면 산타크로스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성탄절이 다가오는데 아저씨들은 고생을 하겠네요

우리는 성탄절 예배보러 교회에 가서 사탕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요

군인 아저씨들고 착한 일 많이 하니까 선물 많이 줄 거예요

 

저도 나중에 크면 군대에 가서 국군 장병 아저씨처럼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날씨가 많이 춥더라도 우리나라를 위해 수고를 많이 해주세요

 

그럼 국군장병 아저씨 이만 펜을 놓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1971년 12월 20일

 

영원국민학교 6학년1반 김철0  올림

 

추신 : 나중에 다시 편지 쓸겠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당시는 국민학생들에게 겨울 방학을 앞둔 시점에 매년 시즌처럼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 편지를 쓰는게 당연지사였다.

 

지금은 그 자취조차도 없어진 위문 편지지만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선생님의 강제 아닌 강제에 의해서

너도 나도 한통 내지 두통씩 편지를 써 댔다

그리고 보내는 사람만 있고, 받는 사람은 없는 받는 사람은 무조건 국군장병아저씨가 되는...

 

조금 성의가 있다보면

직접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 당시의 유형이었다.

지금은 아득한 추억 속으로....

 

 

 

 

큰 애로부터 한 달만에 신병교육대에서 편지가 왔다

더구나 한번에 세통의 편지를 동봉하여 말이다

 

12.16일자 한통,

12.23일자 한통

그리고 동생한테 보내는 편지 한통

 

주말에만 편지 쓸 시간이 있는가 보다

자식의 사단 배치와 신병교육대 주소를 안 지난 달 15일이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 편지를 써온 촌놈으로선

눈물겨운 아들의 답장이다

 

부모가 걱정되는지 잘 있으니 걱정마란 당부가 여기 저기에 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식구대로 카드 3통을 보내고

아빠 이름으로 편지를 장장 3장을 써 보낸지 열흘만에

이제서야 자식의 편지를 받아 본 것이다

 

그간 부대 홈페이지에 매일 편지를 쓰면서도

이 편지가 제대로 전해지는 지 어쩐지 알 수 없었던 촌놈으로써는

편지가 잘 전달되고 있다는 홈페이지 운영자 말을 믿으면서도

자식의 답장이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던 터라

자식의 생사를 확인한 기분이다

 

102보충대에 데려다 주고 딱 한 달동안

자식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나로선

전쟁에 나간 자식의 생사를 확인한 사람처럼 기분 좋다

 

부디 몸 건강히 훈련을 마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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