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중에 가장 슬픈 것이 있다면
연인간에 이별도 슬프겠지만
부모와 자식간에 이별이자
이 세상과 이별일 것이다
이 이별이야 말로 단순히 세상과의 이별 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별
친구와 이별
이웃과 이별
마을과 이별
정들었던 산천과 이별이다.
집안의 어른인 작은 할머니께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할아버지 네 분의 형제중 마지막인 막내할아버지의 배우자였던 당신은
소녀 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 어린 나이로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의 우리 집안에 시집와서 60여년을 살면서
손끝에 흙의 자욱이 가신 적이 없었던 당신이기에....
늘 겸손함으로 어린 손자들에게 따뜻한 할머니이셨는데
늙은 말년에 찾아온 지병으로 1년 남짓 고생하다가 하늘에 부름을 받고
봄 바람 타고 입춘(入春)날 떠났기에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 밖에 아무 것도 변한게 없다고는 하지만
흙에서 온지 80년의 세월,
그리고 강산을 여덟번을 바꾸고 날 세월
다시 조용히 당신이 잠시 떠나 왔던 본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시골 마을에 세가구 집안을 이뤘던 분이기에
아버지는 아흔 셋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노구를 이끌고 장례식장에서
이틀 밤, 삼일 낮을 지새우며
호상(護喪)아닌 호상을 자처하고 나서 3일간 내내
먼저 가신 숙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다.
발인제에서 고인의 마지막가는 길에 명복을 장남이 고하고 있다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며 충격을 컸던 90을 바라보는 작은 할아버지께서 술 한 잔을 올리고 있다
하관을 끝내고 막내 딸이 흙 한 삽떠 흙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마지막 이불을 덮어 주고 있다.
살아 생전에 수없이 다녀 가면서 봐 두었던 자리에 마련된 당신의 영원한 안식처에
작은 할머니는 자손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흙으로 돌아 갔다